국내 영화
영화 ’히트’, 반전이 돋보이는 ’알싸한’ 블랙코미디
엔터테인먼트| 2011-10-12 08:27
지난해 많은 영화팬들에게 감동을 준 ‘바람’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 이 작품으로 인해 신예 이성한 감독은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정우는 그해 모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았다. 그만큼 그 영화는 큰 반향을 남겼다. 그리고 오늘 이감독이 또 다시 영화팬을 찾았다. 이번엔 코믹 통쾌극 ‘히트’를 갖고...

영화 첫 장면. 종이조각을 든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환호한다. 저들은 과연 무엇에 열광하는 것일까?
영화 ‘히트’는 사설 격투장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격투장의 경기운영과 배팅방식을 설계하는 최고의 실력자 ’바지’, 격투경기장의 오너 장사장과 엄청난 재력의 제임스가 벌이는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 외국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하면 된다.

그리고 연이어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과 악기소리들이 들린다. 바로 우리 고유의 악기들이다. 그리고 우리 귀를 친숙하게 감싸안은 것은 물론 국악이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 ‘히트’. 과연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 진지한 듯하면서 어리숙한 인물들

기존의 예능에서나 볼 수 있는 몸 개그나 말장난보다는 적절한 상황과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웃음을 주는 영화 ’히트’. 하지만 진지한 척 하는 캐릭터들은 3자의 시각에서 봤을때는 어리숙하게만 보인다.

불법경기장 오너로 나오는 ‘장사장‘(송영창 분)은 바지(한재석 분)에게 짜고 치는 경기의 판돈을 올려 줄 것을 강요하지만 어리버리의 극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인 ’먹던 빵‘을 달라는 장사장. 그리고 그 말에 부하는 한 입 베어 물었던 ’먹고 있던 빵‘을 건낸다. 특히 라이벌 ’제임스‘(정성화 분)에게는 ’쪼잔한 라이벌‘ 의식을 보이기도 한다. 순간순간 재미가 이어진다. 곳곳에 숨겨진 재밋는 설정들.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전작인 ‘스페어’와 ‘바람’과 같은 친근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던 이감독의 바람처럼 본인들은 잘 났다고 생각하지만 어리숙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다. 경기의 룰이나 규칙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지만 정작 3자의 시선으로 봤을 땐 너무나 평범한 것들이어서 캐릭터들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

‘스페어’와 ‘바람’, ‘히트’에서는 여러 가지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배경음악으로 국악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이감독은 “사실 우리 악기들이 서양의 관현악기들과 비교하여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악기로도 더 좋은 소리,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통 공연을 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서양 음악을 우리의 가야금이나 거문고로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면 더 좋은 우리 곡들이 창작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성한 감독의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영화를 통해서 잘 나타난다. 메인음악의 리듬은 거문고의 통을 쳐서 표현하였으며, 아쟁이나 거문고를 활로 긁어서 새로운 느낌의 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같은 이성한 감독의 노력은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장면들과 잘 조화돼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바람곶’으로 유명한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와 거문고 연주자인 박우재가 히트 OST에 참여하였으며, 극중 선녀를 맡고 있는 이하늬가 직접 ’선녀 테마‘에 참여했다. 이들과 이성한 감독의 국악사랑이 시너지를 일으켜 영화 음악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를 해볼 수 있다.


◎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캐릭터들의 ‘분량’이다. 유일한 여배우인 ‘선녀’(이하늬 분)는 격투기 경기 중에 한경기, 그것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하늬의 액션 씬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연들의 액션도 그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꼭 필요한 부분에만 나오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우리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을 남겨 줄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하늬가 더욱 많은 분량에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들의 비중이 커질수록 그와 관련된 영화 제작의 한계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영화 포스터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놀고 있는지를.. 바로 이같은 느낌으로 영화를 봐달라는 것이 제작진들의 바람이다, 그저 편하게 영화를 즐겼으면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반전이나 장치들을 사용하지 않고 영화 속에 있는 것 그대로 펼쳐진 ’히트‘.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편하고 대중적이 되는 것이다. 영화를 알고 보면 더 재밋어지는 영화가 바로 ’히트‘다.

한편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10라운드 경기 장면은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CG 대신 촬영기간 중 2,500명의 엑스트라들이 직접 참여시켜 더욱 생생하고 리얼한 장면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들이 보여줬던 액션씬들은 조연을 사용하지 않고 한 호흡에 카메라에 담아냈다는 사실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던 부분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초반 다소 지루해보인다는 점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정확히 부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역시 이성한 감독의 ’제작의 변’을 듣고 있노라면 이해는 되지만 말이다.

이슈팀 황용희기자/ hee@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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