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호형호제서 원수로”…흔들린 우정
뉴스종합| 2011-10-13 11:19
“10년간 10억대 금품 제공”

“가끔 상품권만 받았을 뿐”

엇갈린 진술 진실공방 주목

10년 호형호제의 인연이 한순간 악연이 됐다. 동생이 던진 창은 날카로움을 더해가고 있고, 형은 이를 온몸으로 막아내야 할 처지가 됐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13일 30분의 시차를 두고 동시에 검찰에 출석했다.

이들은 10년 전부터 돈독한 친분을 이어온 관계. 그러나 ‘검은돈’이 오간 의혹에 휩싸인 탓에 이들의 우정은 녹록지 않은 검찰 조사실에서 설전(舌戰)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회장이 연일 언론에 정권 실세를 상대로 한 로비를 폭로하면서도 신 전 차관을 ‘재민이 형’이라 부르며 금품 제공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의 이런 보폭이 이날 신 전 차관과의 대질조사에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코너에 몰린 신 전 차관의 대응법도 관심거리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이 회장. 이날 오전 9시30분쯤 담담한 얼굴로 나타난 그는 “검찰 수사 방향이 이상하다. 이미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가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신재민만 부르고 박영준(전 국무총리실 차장) 등은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신 전 차관이 도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 전 차관에 대해 특별히 (나쁜) 감정은 없다”며 친밀함을 표시했다. 신 전 차관의 형사처벌 여부를 가를 ‘대가성’에 대해서도 “순수하게 줬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신 전 차관은 이 회장보다 약 30분 뒤인 오전 10시께 도착했다. 굳은 얼굴로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나타난 신 전 차관은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잠시 멈춰섰으나 기자들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앞선 소환조사 등에서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둘의 대질신문을 통해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신빙성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지금까지 진술 가운데 일치하는 부분은 ‘대가성은 없었다’는 것뿐이다. 이 회장은 10여년간 현금과 법인카드, 상품권 등 10억원대의 금품을 신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신 전 차관은 간혹 상품권 등을 받은 적은 있지만 장기간 거액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앞선 검찰 소환조사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앞서 제출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토대로 금품 제공의 사실관계를 따지는 한편, 대가성 여부 역시 조사할 방침이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왼쪽)이 13일 오전 9시30분께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이보다 약 30분 가량 늦게 시차를 두고 도착,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이 회장은 10여년간 호형호제하며 신 전 차관에게 10억원대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신 전 차관은 상품권 등 소액에 불과했다고 맞서 이날 검찰에서 대질신문을 가졌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 회장이 추가 폭로한 검찰 로비 부분은, 돈을 줬다는 이 회장과 이 돈을 받았다는 사업가 김모 씨, 그리고 이 둘을 조사한 검찰까지 모두 말이 달라 치밀한 조사가 요구된다.

앞서 이 회장은 2009년 창원지검 수사 당시 검찰 사정에 정통하다는 김 씨를 신 전 차관으로부터 소개받고 수표로 1억원을 김 씨에게 줘 검사장급 검찰 고위인사에게 구명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는 신 전 차관의 소개로 이 회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에 돈을 전달했다는 부분은 강력히 부인했다. 또한 지난 11일 검찰 조사에서도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은 자신의 사업자금이었다”고 진술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