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지켜온 코끼리 태산이를 이제 시민들은 더이상 볼 수가 없다. 38세의 태산이는 지난 13일 낮 12시40분 갑작스레 쓰러졌다. 부검 결과 순환기장애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서울시설공단은 25일 태산이는 지난 21일 건국대 수의과대학 및 서울동물이 공동으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인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에 공단은 25일 오후 어린이대공원 남문 앞에서 태산이를 기리기 위한 위령제를 열기로 했다.

아시아코끼리인 태산이는 지난 1975년 5월 어린이대공원 개장 5주년을 맞아 동국제강(주)이 기증했다. 공단은 1986년 코끼리 한 쌍이 빨리 성장하길 염원하며 태산이(♂) 태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이들 부부는 단란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6년 1살 연상의 아내 태순이가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며 행복은 조각나게 됐다. 태산이는 먼저 떠나간 아내를 그리워하다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며 망연자실의 삶을 이어갔다.

그런 태산이를 버티게 한 것은 부성애였다. 사별 1년 전 태어난 새끼 코끼리 ‘코코’를 위해 마음을 다잡은 태산이, 이후 부자는 1990년대 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최고 인기스타가 됐다. 태산이에게도 비극은 한창 행복하던 때에 찾아왔다. 2002년 7살이 된 코코가 심낭염으로 태산이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태산이의 삶은 늘 다사다난했다. 아내와 새끼를 먼저 떠나보내 시름한 것도 모자라 지난 2009년에는 사람에게 돌팔매질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태산이가 아내와 사별하고 코코마저 떠나자 지난해 7월 공단은 국내 동물원 코끼리의 대가 끊기지 않게 하려고 캄보디아에서 코끼리 한 쌍(캄돌이, 캄순이)을 기증받았다. 태산이는 고향도 다르고 세대 차도 많이 난 어린 코끼리들과 오랜만에 가족애를 만끽하며 평온한 1년을 보냈으나 결국 오랜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생을 마감하게 됐다. 1974년11월생인 태산이는 38세였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