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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사 딛고…박성회, 당뇨 완치가능성 열다
뉴스종합| 2011-11-01 11:25
25년간의 질긴 싸움이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돼지 췌도(랑게르한스섬)를 원숭이에 이식하는 것이 성공하면서 당뇨병 완치의 가능성을 연 박성회(64) 서울대 의대 교수. 지난달 31일 이를 발표하는 박 교수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당뇨병 원숭이가 거부반응 없이 6개월 이상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종 간 장기이식에서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단하고도 거부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건 세계 최초다. 병마와 싸우는 전 세계 당뇨병 환자에게 평생 주사바늘을 꽂지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됐다. 학계와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떠들썩한 외부 반응에도 ‘학자’ 박성회는 묵묵했다. 학자로서 당연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향후 신약 개발 시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지만 기술 특허와 관련된 수익은 모두 서울대 산학연구재단과 기타 의학연구에 사용키로 한 그다.

‘인간’ 박성회에게 당뇨병은 꼭 넘어야 할 숙명이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박 교수 집안은 당뇨병에 많이도 아팠다. 조부모도, 부친도 당뇨병으로 잃었다. 당뇨병과 시름하는 부인의 모습에 그는 미안함이 사무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 자가면역성 질환과 싸워야 하는 스스로를 위한 도전이 필요했다. 그가 면역학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그 역시 당뇨병 전 단계 상태다.

25년은 녹록지 않은 세월이었다. 가능성 하나만으로 제자와 동료 연구원을 잡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40대 박 교수는 환갑을 넘겼다.

박 교수는 “연구성과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제자와 동료 연구원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생쥐 ‘루나’와 ‘솔라’의 무덤에 영광을 바친다”며 인간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동물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치료제 개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임상실험까지 최소 2년 이상의 관찰기간이 필요하다. 임상실험 도중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 등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한 마리에 6000만원이나 하는 무균돼지 비용을 대는 것도 숙제다. 하지만 박 교수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2013년께 임상실험에 나설 계획이고, 그 결과에 따라 3~5년 내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열정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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