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뮤지컬 무대에 선 ‘막돼먹은 영애씨’
라이프| 2011-11-03 07:53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31세 노처녀, 광고회사 대리인 영애의 직장 내 고군분투를 담았다. 외모도, 학력도 남들보다 뛰어날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영애’의 직장 내 좌충우돌 스토리는 20~30대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얻기 좋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뮤지컬 연습 현장에서 작품을 미리 들여다봤다.

▶다큐보다 코미디, 극적 효과 강조=드라마가 좀 더 리얼한 상황에 집중했다면, 뮤지컬은 극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드라마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면, 뮤지컬은 코미디다. 2시간 내 완결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에 맞게 영애씨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극적으로 재가공했다. 극 중 남자한테 버림받은 영애가 슬퍼할 때 떠나는 남자는 매몰차게 그녀에게 커피를 들이붓고 “꺼져” “저리 가”를 외친다. 직장 상사는 대놓고 영애에게 “ (살)덩어리!”라고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 등 영애의 수난은 더욱 극적으로 강조됐다. 아무리 비극적인 순간에도 미미시스터즈를 연상케 하는 코믹 앙상블이 등장, 웃음보를 자극할 정도로 코미디가 강화됐다.

인물의 성격이나 등장인물의 구성은 드라마와 동일하다. 31세의 노처녀인 영애는 77 사이즈의 몸을 지녔다. 직장 상사들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줄곧 영애를 무시한다. 

김현숙과 함께 영애를 연기하는 배우 박지아는 “영애는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감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위의 폭언에 상처받기 쉽고 여린 여자다. 특히 남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천생 여자”라고 설명했다. 영애는 킹카 신입사원 원준과 핑크빛 로맨스를 벌이기도 하고, 그녀의 상사인 박 과장의 핍박에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인물로,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피스(office) 뮤지컬… 당신의 이야기=작품은 직장인들의 일상적인 고민과 스트레스를 엮어서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버무려진, ‘오피스 뮤지컬’이라고 칭한 이유다.

직장인들의 최대 스트레스인 ‘회의’를 표현한 ‘회의적인 회의’라는 곡은 “회의만 시작하면 모두 백지상태, 말 많은 박 과장은 오늘도 묵언수행, 만날 보는 얼굴, 만날 하는 회의, 모두 지겨워 죽겠네. 튀지만 말자” 등 웃음보 빵 터질 만한 공감 가는 가사로 직장인 관객의 공감대를 산다.

야근이나 회식 관련 스트레스도 재미있는 가사로 풀어낸다. “오 야근 오 야근, 오 퇴근해서 오래 살고 싶어, 오 야근 정말 하기 싫어요”(‘야근을 피하는 방법’ 中) 이마에 넥타이를 두르고 웃통을 벗고 노래하거나 배에 “사장님 사랑합니다”라는 글씨를 써서 사장님께 보여주는 박 과장의 모습을 통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슬픈 군상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박성광과 박 과장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임기홍은 “직장인들이 공감하기 좋은 내용이다. 여기서는 사장이 당하고 과장이 당하니까, 공연 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덩어리! 뭐해? 내가 봤을 땐 영애 너는 그 몸매가 문제야. 몸매가 굴곡지니까 인생도 굴곡지잖아. 다이어트 좀 해”라는 말로 구박하는 상사도 예외는 아니다. 성희롱ㆍ성차별을 받아온 여성 직장인들이 100%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도 가득하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11월 18일~내년 1월 15일.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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