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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만드는데 3년…금호교차로 무슨일이?
뉴스종합| 2011-11-03 12:56
고가도로 하나 만드는 데 3년. 이 정도면 아파트 단지도 건설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나 오래 걸리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건설 중인 금호교차로. 이 교차로는 강변북로와 평행으로 달리며, 서울 도심과 서울 동북부지역을 잇는 두무개길 위에 자리하고 있다. 혼잡한 강변북로의 우회도로 역할을 담당, 통행량도 많다.

이 교차로 공사는 3년 가깝게 진행된 끝에 지난달 31일 고가도로 부분만 우선 개통됐다. 다른 도로와의 연결구간 공사 등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올해 말 완전히 끝난다. 3년의 공사기간 동안 과연, 이 교차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차례 공기 연장…극에 달한 불만= 서울시 도시시설기반본부는 지난 2008년 공사계약을 맺고 2009년 초부터 금호교차로 구조개선 공사에 나섰다.

이 도로는 원래 왕복 4차로. 서울 동쪽에서 도심방향 2차로는 고가로, 도심에서 동쪽 방향으로는 2차로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었다. 이러다 보니 도심에서 외곽방향으로 병목현상이 생겨 정체가 심했다.

금호교차로 구조개선 공사의 핵심은 왕복 2차로 고가를 왕복 4차로로 확장, 양 방향 모두 차량이 고가로 교차로를 통행하는 것. 서울시는 기존 왕복 4차로 도로 중 고가부분을 제외한 2차로를 막고 공사를 벌였다.

이러다 보니 두무개길은 출퇴근 시간대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고, 이에 따른 불만도 잇따랐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공사기간 연장. 서울시는 당초 지난해 12월 교차로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전 준비 부족 등 여러 사정으로 완공 시기가 올 6월로 늦춰졌고, 다시 연말로 미뤄졌다.

“도대체 이런 공사를 3년 동안이나 하는 이유가 뭐냐”는 민원도 잇달아 제기됐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 일대 교통정체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사전 준비 미흡…시간과 돈 낭비=이 공사가 지연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서울시는 2009년 초 막상 공사를 시작했지만, 암초가 차례로 등장했다. 우선 공사 주변 사유지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졌다. 왕복 4차로 확장공사를 위해 편입된 사유지 소유주들이 감정평가액에 따른 보상액이 적다며 반발했다. 서울시는 결국 지리한 협상을 벌인 끝에 사유지 보상, 경로당 이전 등의 문제에 2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시간과 예산 모두 예상치 못한 용처에 쓰였다.


  
지난 10월 초 고가 공사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금호교차로. 
박해묵ㆍ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개통 후 차량소통이 원활한 모습. 두번의 공기 연장끝에 3년만에 마무리 된 교차로 공사로 시민들의 불만이 컸다. 
박해묵ㆍ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안전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공사구역 주변에 철로가 있어 코레일 측에서 안전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기존 계획을 벗어나는 시간과 예산이 또 허비됐다. 만약 사전 협의가 됐더라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걸림돌이 다 해결된 듯 했으나 이번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공사가 시끄럽다며 저소음 시공을 요구했다. 저소음 시공은 일반 시공보다 공사비가 더 든다.

예상 못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예산도 부족했다. 올해는 시와 시의회 갈등으로 추경예산 편성이 안돼 25억원 가량의 공사비를 시공사에서 선투입하면 내년 예산에 반영해 차후 주기로 했다. 공사비는 애초 계획 당시 100억원대 초반에서 160억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관급공사는 보통 초기 투입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한데, 초기비용을 들여 사전에 준비를 하면 오히려 비용이 덜 들 수도 있다”며 “금호교차로 공사는 공사비용보다 공사로 인해 지불한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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