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기 ECB총재 취임 3일만에 기준금리 0.25%P 전격인하…금융시장 안정 등 해결 여부 주목
지난 1일 취임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취임 3일 만에 예상 밖의 강공을 단행했다. 취임 3일 만에 유럽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이다. ECB의 금리인하는 2009년 5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ECB는 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5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미 몇가지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실현돼 유럽은 고용 감소, 투자 위축과 같은 경기침체 초기 국면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이탈리아 출신 총재로서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까지 확산될 경우 세계경제가 또 한 번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ECB 회의가 드라기 총재의 취임 후 첫 무대인 만큼 신중론을 취하며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뒤엎고 그리스 돌발 사태에 맞서 ECB의 선제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 그동안 물가 안정에 우선 순위를 뒀던 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으로 선회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강력한 업무 추진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10년간 재무장관직을 수행하며 이탈리아를 경제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구해내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계은행 이사와 골드만삭스 부회장으로도 일했다.
이번 드라기 총재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결정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로존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안정화, 국채 매입 지속 여부 등 과제도 산적하다.
특히 역내 최대 강국인 독일이 “각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ECB의 국채 매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ECB역할 확대에 대한 운신의 폭은 좁은 상황이다.
데뷔전을 적절히 치른 드라기 총재가 재정위기로 좌초 위기에 처한 유로존의 ‘슈퍼 마리오’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