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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새긴 수능사과...1개에 만원?…폭리
뉴스종합| 2011-11-07 09:21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주부 송모(50ㆍ여)씨는 지난 주말 백화점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는 10일 수능을 치르는 삼수생 큰 아들과 고3인 막내 아들을 위한 응원 선물로 ‘합격 사과’를 구입하려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던 것. 주먹 보다 약간 큰 정도의 사과 두개를 바구니에 넣고 리본으로 포장해 묶은 일명 ‘합격바구니’는 1만6000원, 종이 상자에 한개씩 넣어 포장한 일명 ‘대학 사과’는 개당 7500원이었다. 송씨는 “일반 사과보다는 비쌀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사과 한 개가 만원에 달하는 건 심하다. 수능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수능 바가지’가 여전하다.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의미있는 선물을 전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수능 특수를 노린 고가의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 식품매장과 대형 마트에서는 일명 ‘합격사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합격사과는 재배 시부터 네모난 모양으로 키운 사과로 ‘合格(합격)’이라고 새겨진 필름을 표면에 붙인다. 사과가 다 익은 후 스티커를 제거하면 선명하게 글자가 새겨지는 원리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태풍을 이겨낸 10% 사과’에서 시작된 합격사과는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대는 한 개당 7500~1만원 정도다.

사과 뿐만이 아니다.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하고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합격부적’이 고가에 판매되기도 한다. 인천의 한 철학원에서는 수능 때 제 실력을 발휘하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바람을 담은 4장의 부적이 담긴 ‘합격부적’ 세트를 2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해당 철학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몇년 전 대입 수능 시험에서 자연계 전국 수석을 하고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학생도 사용했다”며 “4개로 구성된 맞춤 부적으로 각자 사주에 따라 부적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며 광고를 올리기도 한다. 이밖에도 ‘정답만 찍는 행운의 금도끼’라며 도금이 된 도끼 모양의 장식품이 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비싼 줄 알면서도 자녀의 합격을 바라는 마음에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재수생 딸을 위해 부적 한 장을 구입했다는 주부 심모(48ㆍ서울 용두동)씨는 “지난해 안타깝게 불합격한 탓에 미신인 줄 알면서도 부적을 구입했다. 솔직히 합격만 한다면 이런 부적 수십장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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