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국회 세법개정안 검토 보고서, “가업상속 공제확대 신중해야”
뉴스종합| 2011-11-07 09:30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발표했던 내년도 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던 가업상속 공제 확대에 대해 국회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회 기재위 김광묵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는 가업상속 공제율을 40%에서 100%로, 공제한도를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우선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상속세 납부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인데 공제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상속세의 가치와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 제도가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라기보다는 경영진과 그 가족의 부의 대물림에 대한 지원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의 내용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 끝에 사실상 원안대로 의결됐음에도 그 개정 효과를 분석할 겨를도 없이 올해 다시 이 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조세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포함해 상속세 기초공제대상 확대는 신중을 기해야하며 상속세 감면제도는 축소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R&D 세액공제에 서비스 분야를 허용한 개정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서비스분야 R&D 비용은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재료비·부품비·견본품 제작비 등 인건비 외에도 대규모 비용이 드는 과학기술분야 R&D와 같은 수준의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서비스분야 R&D는 과학기술분야와 달리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어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으므로 정부가 조세지출을 통해 시장기능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낮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R&D와 통상적인 경영혁신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해 R&D로 보기 어려운 불필요한 부분까지 세제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또 설탕 기본관세율을 35%에서 5%로 크게 낮춘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먼저 설탕 관세 인하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들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0.03%에 불과하고 설탕이 2차 가공제품의 생산자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빵·과자·국수류 2.8%, 음료 1.6%에 그친다.
제당산업이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과점체제가 구축되기 쉬운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기본관세율 인하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허한 설탕에 대한 높은 과세율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앞으로 FTA 과정에서 협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설탕을 주로 수입하는 호주와의 FTA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예정된 중국, 일본, 러시아, 남미와의 FTA에서 주요한 협상 카드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임원에 대한 퇴직소득 한도 규정을 신설하는 개정안은 타당성이 있지만, 임원의퇴직금은 성과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있고 소규모 회사는 임원이 회사의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창출세액공제 확대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를 수정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정부안은 신규 고용 1명당 1000만∼2000만원을 공제하도록 했으나 투자를 지원하는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 이를 1500만∼2500만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본공제율(4%)을 올려 지원을 강화하고 현행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제도의 공제율도 현행 3%에서 7%로 상향조정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세제우대로 귀결돼 자동화·정보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향상 방향에 들어맞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과도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는 것에 대해서도 과세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과세요건인 일감 몰아주기 비율을 ‘수혜법인의 매출액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수혜법인이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는 경우 30%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