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하얀국물, 라면시장 판도 바꿨죠”
뉴스종합| 2011-11-15 11:23
가치직감·개발자 이경규에 상품화 제안

시식만 300여차례 열정 담아 탄생 보람



라면시장에 ‘꼬꼬면’이 연일 화제다. ‘꼬꼬면’이 ‘라면=빨간 국물’이란 라면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단박에 주인공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라면시장의 히로인으로 급부상한 ‘꼬꼬면’의 일등공신은 단연 개발자인 개그맨 이경규다. 하지만 ‘꼬꼬면’의 성공신화엔 숨은 주역이 따로 있다. 바로 지난 3월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자격-라면 경연편’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뒤 꼬꼬면의 상품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본 최용민(42)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이다.

최 차장은 당시 이경규 씨가 출품한 ‘꼬꼬면’의 가치를 직감하고 이 씨에게 ‘꼬꼬면’의 상품화를 제안했다. 담백하고 칼칼하면서 뒷맛이 깔끔한 백색 국물의 ‘꼬꼬면’을 상품화할 경우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꼬꼬면’ 개발자 이경규와 의기투합한 최 차장은 4개월간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지난 8월 2일 ‘꼬꼬면’을 세상에 내놨다.

최 차장의 판단은 100% 적중했다. ‘꼬꼬면’은 초반부터 백색 국물 바람을 일으켰다. 슈퍼마켓과 편의점, 인터넷몰 등 유통매장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출시 100일째인 지난 10일까지 총 4500만개가 팔렸다. 한국야쿠르트는 폭주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10월에 이어 11, 12월에도 연달아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차장은 “꼬꼬면은 당초 계획보다 판매량이 13배나 많다”면서 “시판 100일 만에 라면 고매출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만년 꼴찌인 한국야쿠르트도 꼬꼬면 덕분에 3위 기업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꼴찌의 반란’이다.


최 차장은 1996년 3월 한국야쿠르트로 회사를 옮긴 뒤 연구소와 생산공장, 품질관리팀 등을 거쳐 2006년부턴 F&B사업부에 근무하면서 라면과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왕라면, 미니 왕뚜껑 등 그의 손을 거쳐간 라면 신제품만 20여종에 달한다.

그는 라면에 관한 한 프로다. 라면의 상식에서부터 맛있게 끓이는 비법까지 라면의 모든 정보를 다루는 라면 동호인 사이트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라면 신제품을 개발할 때면 아이디어 하나를 위해 막국수, 쌀국수, 우동, 짜장면, 파스타, 스테이크, 부대찌개 등 소문난 맛집의 음식을 맛봐야 직성이 풀리는 승부근성도 있다.

‘꼬꼬면’에 대한 그의 숨은 열정은 대단했다. ‘꼬꼬면’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본사와 연구소를 수십 차례 오갔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동안 그가 시식한 ‘꼬꼬면’만 줄잡아 300개가 넘는다고 했다. 최 차장은 “꼬꼬면이 등장한 뒤 대한민국 라면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내년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꼬꼬면’의 내년 목표는 라면 브랜드 순위 3위 도약이다. 그가 2012년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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