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봉도사 도망 안 간다” 팬카페 대법 앞 기습 기자회견
뉴스종합| 2011-11-16 08:58
“봉도사님 해외도주 우려 없어요.”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팬카페 회원 수십여명이 16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모여 기자회견과 서명운동을 펼쳤다. 나꼼수 고정 출연진 중 한 명인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을 촉구하는 게릴라식 집회였다.

정 전 의원의 팬카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http://cafe.daum.net/yogicflying/)’ 회원들은 전날 카페 공지를 통해 예고한대로 현장에서 플래카드와 확성기를 동원해 정봉주 전 의원의 여권발급을 대법원이 처리해 줄 것을 성토했다. 해당 카페는 1000명 집결을 목표로 했으나 이른 출근시간인 탓에 현장에는 취재진 포함, 예상에 못 미치는 100여 명이 모였다. 나꼼수 출연진 4인방이 현장에 도착하면 집결인파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는 등 행사를 주도한 카페운영자 ID ‘민국파’는 “여권 발급은 외교통상부가 주무부처이지만 정 전 의원 건은 자체적으로 알아본 바 대법원이 제동을 걸어 정상적인 여권 발급이 거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법원 측 앞에 모여 항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카페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 전 의원의 선고건이 계류중이라는 이유라면 왜 지난 해에는 1년짜리 단수여권을 발급해 줬는가”라고 의문을 표시하고 “정 전 의원이 (현 정부에 비판적인) 나꼼수에 출연하는 등 정치적 행보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이라면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2011. 11. 16.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10만 회원 일동

정 전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기간 중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2008년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바 있으며, 대법원 선고가 예정돼 있다 연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 전의원은 대법원의 별도 허가 없이는 해외로 출국할 수 없다. 이 카페 측 주장에 따르면 나꼼수는 유수 대학에 특강 초청을 받았으나 주요 출연진인 정 전의원이 여권을 발급받지 못 할 경우 당해 특강 행사 자체가 무산될 상황이다.

정 전 의원 측은 이날 기자회견 및 항의집회와는 별도로 법적인 조치도 강구할 방침이다. 카페 운영자 민국파는 “임종인 민주당 전 의원이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16일 낼 예정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정봉주17대국회의원에 대한 여권을 발급하라!”

정봉주 17대의원에 대한 여권이 발급되지 않고 있다. 10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여권 신청을 했지만 두 번다 모두 불허 통보만을 받았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신원 조회를 하고 왜 불허 판정을 하는지 아무런 이유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냥 불허 통보만 받았을 뿐이다. 정확한 이유는 어느 곳에서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정봉주 의원의 이번 여권 발급 요청은 단순히 해외 나들이를 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최고 대학의 석학들과 21세기 새로운 트랜드의 정치와 언론 문화에 대한 토론을 위해 미 최고의 대학 초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권이 발급되지 않아 초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이 19세기 야만국가도 아니고, 더 더욱 20세기 독재국가도 아닌데 말이다. 여권 발급이 되지 않아 하바드, 존스홉킨스, UCLA, UC 버클리 등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요청하고 있는 초청 강의가 무산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아니 되는 일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로 힘들여 쌓아온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국제적 망신이다. 당장 여권을 발급하라!

혹여 BBK 사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라는 것을 이유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년 기한의 단수 여권은 어떻게 내 주었단 말인가? 지난해도 역시 BBK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었다. 그 때는 왜 발급했는가? 어떻게 같은 여권을 발급하는데도 시기마다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판단을 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 아닌가? 아울러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제재도 없이 외국을 오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여권발급을 허용하는 것이 사법부의 임무일 것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도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야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이며 2012년 4월, 19대 총선 출마가 확실한 사람이 어떻게, 무슨 이유로, 어디로 도주를 한단 말인가? 오히려 입국을 불허해도 밀항을 통해서라도 귀국을 할 사람이다. 도주 위험은 말도 안 되는 이유이며 사법부도 이를 이유로 삼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봉주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나꼼수 방송 출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공정사회’라고 한다면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그런데 만일 이것이 이유가 된다면 치졸하기 그지없는 대응이다. 보복적인 괘씸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보복적 앙심으로 괘씸죄의 칼을 휘두르면 스스로 정당성 없는 권력으로 타락하기 마련이다. 국민과 대립하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결국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사법부가 이런 뼈아픈 상황의 선봉에 서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한 유력한 정치인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양심의 자유를 구속하며, 근로의 기회를 박탈하는 반 민주주의적이며, 반 시장주의적인 행보를, 정치적인 판단에 의하여 이어나간다면, 반드시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여권발급을 요청하면서 기자 회견을 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부끄럽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이미 지난해 한번 나온 적이 있었던 여권이다. 사법부는 정치적 개입을 자제하고, 즉시 여권발급을 허용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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