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내년 경영전략에 ‘FTA 호재’ 반영 긴급 수정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처리되면서 재계의 표정은 밝아졌다. 단일국가 시장 규모 2위인 미국과의 교역량이 더 늘고 수출 인프라가 강화되면 대체로 긍정적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간접적으로 예상되는 수출 증가라는 수치 때문에 환영하는 것 만은 아니다. 심리적 경영 개선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더 커 보인다. 대형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자동차나 섬유업종에선 당장 ‘FTA 리스크’가 해소되자 내년 경영전략에 좀더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최용민 FTA 통상실장은 “한ㆍ미FTA 비준안 처리는 교역량 증가도 증가지만, 글로벌시장에서의 하나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으로 받아들여진다”며 “기업들이 내년 경영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불확실성 해소가 가장 큰 수확”=기업들 반응은 일단은 신중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대부분 제품은 현재도 실질적으로 무관세이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없지만 시장이 커지고 수출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장기적 긍정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제품은 지난 2004년부터 무관세였기에 직접 관련은 적다”면서도 “다른 공산품 수출이 늘면 우리 제품을 갖다 쓰는 등 미국 수출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회가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섬유업체 쪽은 은근히 표정관리하는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자동차 판매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관련 마찰이라도 생기면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데, 불확실성이 제거된 게 가장 큰 호재라고 보는 분위기다.
현대차가 직접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 현지로 보내는 부품의 관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 점도 반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업체들도 관세율 인하로 수익이 늘어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확충되는 장점이 있어 완성차와 협력업체가 서로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부분도 자동차업계가 환영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일부 섬유업체는 내년 경영전략을 다시 공격적 방향으로 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첨단 직물을 만드는 A사 사장은 “FTA가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해서 내년초까지 보수적으로 움직이려 했는데, 리스크가 해소된 이상 공장을 풀 가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내년 경영 서둘러 ‘공격’ 반영=4대그룹 한 임원은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생산을 어디서 하고,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느냐 또는 제3국에서 조달할 것이냐 하는 등 머리아픈 계획까지 짜야 했다”며 “그런데 비준안이 처리되면서 경영계획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것은 돈 이상의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부 대기업은 수비경영에서 다소 공격경영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FTA 선점효과를 의식하고 경영에 접목하는 발빠른 포석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실제로 “부품 OEM은 한번 계약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장기계약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선점효과가 더 큰 것”이라며 일본 등에 비해 발빠른 FTA 발효가 왜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들어 7만6000원 하는 미국산 와인 몬다비가 6만6000원으로 내리는 등 가격 인하 효과가 눈에 띄면 소비도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타격을 받는 업종도 분명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경기 진작과 일자리 창출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상ㆍ김상수 기자@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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