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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자본시장법 ‘진한 인연’…기업 대형화 밑그림을 그리다
뉴스종합| 2011-11-23 11:48
‘명언(名言)’은 한 마디의 말로 세상이치를 설명하는 데 맛이 있다. 이런 점에서 옛 중국 제나라 맹상군의 책사 풍환(馮驩)의 명언만큼 세상이치를 넒게 포괄하는 것도 드물다. 

주군인 맹상군을 구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재치는 후대인 한(漢)나라 때를 배경으로 한 ‘새옹지마(塞翁之馬)’ 고사를 앞선다.

하지만 그의 가장 빛나는 명언은 ‘세상에는 그렇게 되는 것과 원래부터 그런 것이 있다’다. 본 코너에서도 몇 차례 소개했지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가 함께 이뤄진 22일 상황을 투자재료로 설명하기엔 이 말만한 게 없어 보인다.

인류 역사에서 강자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즉 FTA의 추세는 ‘원래부터 그런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강해지는 것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한ㆍ미 FTA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크다. 1905년 을사늑약에 비유해 ‘시일야방성대곡’을 외치는 이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영토가 세계 시장의 60%로 넓어졌다고 환호하는 목소리도 높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찬반의 칼날을 더욱 벼리게 한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득이 되느냐 실이 되느냐의 문제다.

개혁, 개방, 자유, 경쟁이란 말은 강자 또는 가진 자에 유리한 뜻을 품고 있다. ‘원래부터 그런 것’이다. FTA에는 ‘자유’가 있다. 증권사마다 수혜주를 내놓고 있지만, 종합하면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한국이 강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엔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강한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FTA로 묶인 만큼 이제 투자단위는 국가가 아닌 시장이란 점이다. 시장단위 투자의 기본은 국가 간 벽을 넘는 포트폴리오다. 한국과 미국ㆍ유럽 시장을 통틀어 가장 강한 곳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FTA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묘한 인연이 드러난다. FTA에서 살아남으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는 것’의 논리다.

곧 국회에 상정될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다. 기업금융을 하려면 증권사 덩치가 큰 것은 얼핏 이해가 가는데 글로벌화가 무슨 연관일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수출중심 구조에서 기업의 사업영역은 국내외를 아우른다. 아무래도 외국 기업의 현지금융은 쉽지 않다. 본국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에서 저축보다는 투자가 노후 대비를 위한 최선의 방안인 것은 다 아는 얘기다. FTA 상황이다보니 투자도 잘 하려면 국내외를 아울러야 한다. 게다가 우리 경제성장률은 신흥국 대비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에만 매달려 해외투자를 않던 ‘우물안 개구리’ 시대는 지났다.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 즉 포트폴리오 글로벌화가 절실하다. 해외투자를 하려면 증권사도 해외로 나가야 하고, 해외로 나가려면 대형화가 필요하다. 대형화, 즉 강자가 돼야 하고 그래야만 살아남는다. 이는 ‘그렇게 되는 것’이다. 좁게 보면 고만고만하던 국내 증권주가 대형사를 중심으로 도약할 계기다.

FTA는 이제 현실이다. 당분간 국회 상황이 싸늘하겠지만, FTA에서 살아남으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필수다. 빠를수록 좋다.

<증권팀장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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