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휴일 아침 서민 즐거움이 사라졌다
뉴스종합| 2011-11-25 11:51
유가 급등에 문닫고

대형 찜질방에 밀리고


등 밀어주며 나눈 情 실종

거칠어진 사회 遠因아닌지



엄한 아버지가 일주일에 한 번 정(情)을 보여줬던 날이 있다. 바로 일요일 새벽, ‘목욕탕’ 가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잠에서 덜 깨 부스스한 아들을 데리고 꼭 새벽녘에 목욕탕으로 향했다. 뿌연 수증기가 꽉 찬 욕탕에서 아버지는 아들의 등을 밀어줬다. 아버지는 “왜 엄마에게 대들었니”부터 시작해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 등 아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아버지가 때를 밀어주면 아팠지만, 목욕 후 사주는 바나나 우유 때문에 아들은 꾹 참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들도 아버지의 등을 밀어줬다. 아버지의 등판은 참 넓었다. 밀어도 밀어도 넓은 아버지의 등판. 아버지가 제일 힘세 보였고, 아버지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었다. 부자(父子)는 그렇게 정을 나눴다. 어머니와 같이 간 딸도 그랬다. 이렇게 가족간 사랑을 돈독케 했던 동네 목욕탕. 그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목욕탕 업주들은 목욕탕이 사라지게 된 때를 IMF 사태 이후라고 말한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목욕탕을 하는 한 업주는 “IMF 이후로 지난 10년 동안 유가가 300% 이상 오르면서 유지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목욕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당시 2300여곳이던 대중탕이 현재 1200여개로 줄었다. IMF를 거치면서 반토막이 났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