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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신재민…검찰 수사 어디까지?
뉴스종합| 2011-11-29 08:35
‘실세 차관’으로 불리며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결국 수의를 입는 처지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은 28일 이국철(구속)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신 전 차관을 구속수감했다.

김상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전 차관은 이날 오후 10시 50분께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굳은 얼굴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지난 9월 말 이 회장의 폭로로 촉발된 검찰 수사는 한 차례 영장 기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사건의 핵심 당사자 두 명이 구속되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문화부 차관 재직시절인 2008~2009년 SLS조선 워크아웃 저지 등 청탁을 받고 이 회장으로부터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만원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였던 안국포럼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사업가 김모 씨에게서 리스비 1400여만원 상당의 그랜저 차량을 얻어 타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기소시점까지 보강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건 규모가 신 전 차관과 이 회장 간의 검은 뒷거래를 넘어 정관계 및 검찰 로비 의혹까지 불거질 정도로 확대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검찰 앞에는 정권 최고 실세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놓여 있다. 이 회장은 SLS그룹 워크아웃 구명 로비를 위해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구속) 씨를 통해 60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이 회장의 로비 통로란 의혹을 받는 인물로, 이 회장은 문씨를 통해 이 의원 박모 보좌관에게 명품 시계를 줬다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회장이 주장한 60억원 가운데 일부가 이 의원 측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으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7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문씨를 지난 19일 구속했다. 그러나 문씨가 로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박 보좌관 역시 민원담당 보좌관으로서 문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이 회장의 비망록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회장의 비망록 ‘검찰편’에는 대검 간부와 법무부 고위인사 등 11명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이 회장은 검찰 간부 4명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밝혔지만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스스로에게 칼끝을 겨눠야 하는 검찰은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비망록에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비망록에 목 매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망록이 이 회장이 기억에 의지해 일방적인 주장을 적어 놓은 것인 만큼 신빙성을 높게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비망록에 거론되는 인물이 구체적인데다 자칫 서둘러 봉합하려는 인상을 줄 경우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검찰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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