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 등 소박한 상차림 속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동석한 봉사단원
“소통 필요성 새삼 느껴”
“진하고 구수한 막걸리처럼 술술~ 우리 얘기를 풀어봅시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이 이번엔 금융회사 사회봉사단원들과 소통했다. 전통막걸리를 매개로 가슴에 품었던 말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막토크(?)’를 벌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회사 등의 봉사동아리 대표들과 저녁모임을 했다. 고된 업무에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동아리 회원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상은 소박했다. 전통막걸리와 보쌈, 파전 등이 전부였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막걸리를 나누면서 격의없이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모임이어서 외부에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대외활동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정치색이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점을 의식한 비밀 행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각 금융회사 동아리를 대표해 참석한 20대, 30대, 40대 동아리 회원 15명과의 모임은 막걸리가 비워지면서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장관과의 대면 자리가 낯설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인지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막걸리 덕분에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시간 예정이었던 자리는 세 시간을 훌쩍 넘겼고, 좌석에서는 “장관님 2차도 사주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김 위원장은 막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나눔과 봉사활동으로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는 이때, 동아리 회원들이 솔선수범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비난 ‘금융권의 탐욕’이 당분간 계속될 여지가 있다”며 “우리 금융회사들이 똑같은 비난을 면하려면 (사회공헌 사업에)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동아리 회원 한명 한명에게 일일이 잔을 건네면서 가계 부채 연착륙 대책, 외환건전성 강화 조치 등 일련의 금융 정책을 설명하고, 업무수행에 애로가 있는지,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의견도 수렴했다.
자리를 같이한 한 봉사단원은 “금융위가 권위적이고 고압적일 것만 같았는데, 김 장관을 직접 대하고 나니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소통이 왜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