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수두룩... 빚부담으로 자금사정 악화
뉴스종합| 2011-12-05 09:59
녹록치 않은 글로벌 경제가 기업들의 이익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빚’ 부담마저 늘고 있다. 벌어 들인 돈으로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내년에는 기업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현금흐름은 오히려 올해 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애기다. 회사채 발행실적 등이 꼭지점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기업들의 시계는 ’빛’이 아닌 ’빚’으로 점철되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KRX)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63개사 가운데 실적비교가 가능한 61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은 5.11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1배 보다 낮아졌다. 1000원을 벌었다면 지난해 166원만 이자로 내면 족하던 것이 1년 사이에 196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1이하이면 영업활동 등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올해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올해 누적 3분기 이자비용은 총 10조4252억원으로 지난해 10조6192억원 보다는 줄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지난해 3.86%에서 올해에는 3.69%로 낮아져 이자비용이 1개사당 평균 174억원에서 170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자비용 보다 영업이익이 더 크게 감소했다는 점에 있다. 경기둔화로 인해 기업들의 올 누적 3분기 영업이익은 53조2589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16.52% 줄었다. 이자비용 감소폭(1.83%) 보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가파라 이자부담이 늘었다.

벌어 들인 돈으로 이자마저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93개사에서 올해에는 142개사로 늘었다. 조사대상 기업 내 비중은 무려 8.01%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적자인 회사도 지난해 50개사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에는 94개사로 7.1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인 회사는 470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1%포인트 줄었다. 차입금이 ’0’인 회사는 지난해 47개사에서 올해에는 23개사로 반토막 났다.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투자 위험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신용등급이 좋은 A++ 이상 기업들 마저 회사채 시장에 눈길을 돌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경기상황이 안좋아질 것에 대비해 현금을 미리 마련해 놓은 측면도 있지만, 현금흐름이 녹록치 않아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기업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점이다. 경기 저성장으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은 올해 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국고채와 회사채간, 회사채 내에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 금리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경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미리 현금을 챙겨놓은 기업들의 경우 당장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이자부담만 늘어난 측면도 있다. 양극화는 내년에도 심해질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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