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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단어‘squeezed middle’
뉴스종합| 2011-12-07 11:02
어느덧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들이 거리 곳곳을 밝히면서 올해도 저물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각종 시상식과 그해를 상징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선정해 지난 1년을 반추한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진이 올해의 단어로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했다. 물가상승, 임금동결, 공공지출 삭감 등으로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빈곤의 대물림이 일상화되면서 중동지역에서는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queezed middle’은 투자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연초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 고조를 시작으로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극도로 높아졌다.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지난 8~9월에는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짧은 기간에 적잖은 손실을 입었다. 10월 이후 안도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2012년에 대한 불안감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2012년을 상징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도 ‘low’라는 단어가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긴축에 따른 경제의 저성장,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유동성 확대에 따른 저금리 지속, 저성장에 따른 주식 등 투자자산들의 낮은 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성장ㆍ저수익률 국면이 예상된다고 하면 투자를 포기해야 할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그의 저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대부분의 금융위기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란을 가져왔지만, 금융위기의 본질과 진행과정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위기는 ‘유동성 과잉→ 버블 붕괴→ 신뢰상실→ 신용경색→ 정부개입→ 경기위축→ 회복’의 7단계를 거치게 된다. 과거와 똑같이 반복되진 않겠지만 현재 상황은 정부개입과 경기위축 단계로 파악되며, 저자의 주장이 옳다면 머지않아 회복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다행히 현재 상황을 문제의 정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은 투자자들에게 순응이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이자 기회로 다가온다.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 대부분의 성공적인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기회를 포착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맞는 투자원칙을 갖고 효율적인 투자전략을 세운다면 불확실성은 투자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올해의 단어를 생각하며 또 하나 떠오르는 말은 스티브 잡스가 남긴 “갈망하라, 우직하게 살아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명언이다. 아마도 ‘시대의 단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으면 선정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삶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가치를 함축한 이 말은 곧바로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단, 우직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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