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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엇나간 ‘금융治水’…세수 집착하다 시장 망친다
뉴스종합| 2011-12-07 11:21
노자 도덕경 8장의 머릿글은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이다. 중국의 태평성대라는 고대 요(堯),순(舜),우(禹) 임금 때 치수(治水)는 군왕의 최대 과제였다. 치수는 단순히 물을 다스리는 것 이상이다. 정치의 은유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 탄생의 배경은 ‘물을 다스림(治水)’이다. 반대가 많다지만 어쨌든 4대강 사업을 반대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았기에 정권 탄생이 가능했다.

‘물은 만물에 이로움을 주면서도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는 노자님 말씀대로라면, 치수에 ‘능한(?)’ 현 정부는 국민과 경제에 이로움을 주면서도 각 제도 간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없는 정책을 펼쳐야 옳다. 그런데 적어도 금융시장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주가연계워런트(ELW) 문제로 증권사 사장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것이나,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파생상품에 대한 각종 규제는 ‘치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에서 물은 민심이지만, 금융시장에서 물은 돈이다.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다스리지 못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듯이, 돈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다스리지 못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 대한민국은 이제 제조업만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주식시장과 파생시장 제도에 접근하는 정부와 국회의 방식을 보면 곳곳에 물막이라고 세워놓은 게 되레 물의 흐름을 막는 장애물들이다. 금융시장 발전보다는 유권자인 투자자보호, 또는 세수확대에 본래 목적이 있어 보인다.

현물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합리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거래세보다 차익과세가 많다. 차별적 차익과세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해외펀드와의 형평도 맞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과도한 거래를 지양하고 장기투자 문화를 지향하기 위한 접근이 옳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접근했다가 자칫 투자자들의 시장이탈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투자자 이탈로 시장이 폭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 몫이다. 제발 1년 단위 평가손익으로 세금을 물리지 말자. 평가이익은 숫자일 뿐 실제 손에 쥔 이익이 아니다. 1년 단위 과세는 1년 단위 거래의 강제다. 반시장이다.

파생시장이 마치 무슨 투기판인냥 접근하는 모양새도 거북하다. 파생시장은 현물시장의 위험회피와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정에서 자생적으로 진화한 정당한 시장이다. 워낙에 복잡하고 어려운 까닭에 어설프게 뛰어들었다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만, 금융이 발달한 나라치고 파생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한국형 헤지펀드 하겠다며 파생상품 시장을 옥죄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전문투자자들의 경우 파생시장을 위험회피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파생에서는 수익이, 현물에서는 손실을 볼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어렵더라도 투기적 거래와 위험회피 거래 간 차이를 반영한 세제정비가 옳다.

이 밖에도 제도와 시장 간, 심지어 제도와 제도 간 상충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수를 위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성 금융정책은 시장을 누더기로 만든다. 제조업은 몸과 같고, 금융업은 옷과 같다. 노령화와 노후자금 마련이 국민적 화두다. 국민에게 누더기를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끝으로 공자님 말씀 하나 보탠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

<글로벌 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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