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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홍길용 기자] 삼성증권·운용 사장‘맞교환’숨은 뜻은…
뉴스종합| 2011-12-08 11:17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과 김석 삼성운용 사장의 ‘맞교환(swap)’을 두고 설왕설래다. 인사권자인 이건희 회장의 속뜻을 누가 다 알리마는, 어렴풋이 추정은 해 볼 만하다.
역대 삼성운용 사장들의 행보는 크게 세 가지. 삼성증권 사장, 삼성생명 사장, 또는 2선 후퇴다. 삼성 금융계열사 서열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운용, 삼성선물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이번에 서열이 깨졌다.
박준현 사장은 지난 3년 새 삼성증권을 업계 확고부동의 1위로 올렸다. 김석 사장은 ‘난적’ 미래에셋에 뒤졌던 삼성운용을 업계 수위로 끌어올렸다.
박 사장은 보편적 상품과 서비스를 팔던 평면적 영업형태에, 고객 니즈(needs)에 따른 차별적 영업형태를 더했다. 고액자산가 시장, 위험 정도에 따른 포트폴리오 영업이 그것이다. 금융투자에도 3D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하다.
김 사장은 시스템 운용이 강점이던 삼성운용에 경쟁문화를 도입했다. 본부를 세분화해 수익률 경쟁을 했고, 그 결과 대형사 최고수익률을 이뤄냈다. 비(非)삼성 출신에 대한 삼성 출신들의 ‘유리장벽’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약점도 있다. 박 사장의 경우 너무 잘난 게 문제다. 거침없는 경영스타일은 때론 다른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 아울러 해외사업의 성과부진은 아킬레스건이 됐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회사 전부가 우물 안 개구리인 상황에서 3년 만에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결과는 결과다.
김 사장의 경우에도 매니저 간 경쟁제도가 삼성 특유의 ‘시스템 운용’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있다. 수익률 경쟁은 피로를 야기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성과보상에 인색한 문화는 이 피로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삼성운용 내 유리벽의 존재를 얘기하는 이들은 많다.
앞으로의 행보는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박 사장은 자문형랩으로 펀드산업을 ‘KO’시킨 주인공이다.
헤지펀드가 도입되고, 사모펀드(PEF)가 확대되면 ‘입체적 자산관리’ 전문가인 박 사장의 능력이 발휘될 소지가 크다. 퇴직연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그룹 금융계열사의 자산운용은 박 사장의 전공분야다.
김 사장의 경우 사실 자산관리전문가라기보다는 재무ㆍ전략통이다. 외환위기, 카드위기 때마다 그는 그룹 자금문제 해결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박 사장 덕분에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분야는 난공불락이 됐다. 이제 삼성증권의 과제는 투자은행(IB) 부문이다. 기업금융, IB 전문가인 김 사장이 적임자일 수 있다.
얼핏 박 사장의 삼성운용행(行)이 강등(demotion)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삼성 문화에서 ‘사장’은 ‘사장’이다. 모두가 회장 앞에서는 평등하다. 그룹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회사냐는 그다음이다.
김 사장의 삼성증권행은 승진으로 볼 수 있지만, 높은 곳은 그만큼 더 위험하다. 삼성증권의 전선(戰線)은 삼성운용보다 더 넓다. 그룹이 원하는 건 자산관리와 IB에 모두 강한 삼성증권이다.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
아울러 삼성 금융투자 부문에서 박 사장과 김 사장은 대표주자다. 두 최고경영자(CEO)의 경쟁과 화합, 그리고 이를 통한 삼성증권과 삼성운용의 동반 시너지 극대화가 이 회장의 진정한 속내가 아닐 듯싶다.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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