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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가 누구 바다인데” 서해 용사 이청호 하늘로
뉴스종합| 2011-12-13 11:33
바다는 늘 험했다. 넘실거리는 검은 파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 해상을 넘어온 중국 어선과의 쫓고 쫓김, 날로 흉포해지는 중국 어선과의 싸움은 매번 목숨의 위협을 느낄 만한 사투였다.

누군가는 인천 바다를 두고 ‘전쟁터’라고 했다. 국민에게는 낭만과 풍요의 바다지만, 이청호(40ㆍ사진) 경장에게 서쪽 바다 끝은 늘 그렇게 전쟁터였다.

그리고 이 경장은 그 전쟁터의 선봉에 섰다. 엄연한 대한민국 영해에서 도적질을 하는 중국 어선들을 볼 때면 그의 두 손과 눈엔 더 힘이 들어갔다.

“이 바다가 누구의 바다인데….” 지난 12일 오전 6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그때에도 그는 그렇게 되뇌며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조타실에 진입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전쟁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포항에서 태어난 이 경장은 늘 바다와 함께했다. 육군 특전사 중사로 전역해 1998년 순경으로 해양경찰에 입문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포항, 인천 바다를 다니며 특수구조단, 특수기동대, 특공대 폭발물처리팀 등을 거쳤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남들은 꺼리는 해경특공대를, 그중에서도 전쟁터라 불리는 인천해경을 자원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어선 나포 유공으로 해양경찰청장상을 받는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인명구조 유공 표창을 받았다.

‘나라를 위해 좀 더 많이 기여하고 싶다’는 신념은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경장은 동료들에게 늘 뒷모습만 보여줬다. 항상 선봉이었기 때문이다. 검색팀장이었던 그는 가장 먼저 조타실에 들어가 선장을 제압하며 중국 선원들과의 전쟁에서 늘 앞장섰다. 그와 함께 중국 선원 나포에 나선 동료들은 그의 당당한 걸음과 넓은 어깨를 의지하며 두려움을 이겨냈다.

대원들이 자신을 믿고 배에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는 조금도 위축될 수 없었다.

하지만 바다의 용사는 결국 하늘로 떠났다. 평생을 조국의 바다를 위해 몸 바친 결과가 허망한 죽음뿐인 것에 가족은 오열했다. 이 경장의 뒤를 이어 바다를 지켜나갈 해경 대원들은 한탄했다. 흉기까지 들고 자신들을 위협하는 중국 어선에 그저 “돌아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때문이다.

안타깝게 스러져 간 이 경장의 고귀한 희생이 헛된 일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경장의 뒤를 이은 제2, 제3의 용사들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고 조국의 바다를 지킬 수 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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