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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홀씨상’ 받은 네팔 아동의 어머니 이금연씨
뉴스종합| 2011-12-14 07:48
“조용히 사부작 사부작 해온 일인데…이렇게 상을 받게 되니 더 부담이 되네요”

한국인권재단이 수여하는 2011년 ‘인권홀씨상’을 수상한 ‘아시아 어린이와 함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금연(47ㆍ국제가톨릭형제회(AFI))씨는 겸손히 말했다. 지난 1986년부터 꼬박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경을 넘나들며 지속 가능한 인권 실천 활동에 앞장서 온 이씨. 하지만 그는 되레 “이제껏 잘 해왔는지 돌아보게 되죠. 성찰의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라며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이씨는 2005년 ‘아시아 어린이와 함께’라는 단체를 만들어 아시아, 특히 네팔의 가난한 어린이들이 아동 노동에 노출되지 않고 적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지역 사회단체들과 연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네팔과 인도의 접경지역인 안나푸르나 등에는 부모가 한센인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음식점 등에서 시중을 들고 설거지를 하는 등 이른바 아동노동에 노출이 된다.

이씨는 아동노동에 대한 문제인식을 같이 하는 네팔 전국 단위의 노동자 연맹 ‘GEFONT’와 파트너십을 맺고 아동노동에 노출 돼있는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등 아동 노동 예방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

네팔의 11개 지역에서 활동 중인 코디네이터들이 지역의 아이들을 선발하고 관리한다. 공부방을 만들어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네팔 안나푸르나 한센인 마을에 자리한 공부방에는 현재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1~3학년 연령대 아동 50여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씨. 그녀의 가장 큰 목표는 아이들의 자립이다. 적정한 교육을 받으며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그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네팔 아동의 어머니이자 선생님인 그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표정이 없어요. 부모가 한센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차별 속에 살다보니 다른 이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또 먼저 인사를 건네는 법이 없죠”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그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씨와 함께 한 6년 동안 아이들은 너무나도 완벽히 달라졌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이 생겼어요. 주눅들고 눈치보던 과거와는 달리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죠. 스스로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할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가 네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배경은 한국에서 만난 네팔 이주노동자와의 인연 때문이다. 그는 1986년 이향 근로청소년들의 생활 상담으로 시작해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여성 등을 대상으로 상담 및 인권지원활동을 해왔다. 당시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활동을 하다 추방을 당했던 네팔인 ‘사마르 타파’씨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네팔 현지 아동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됐다. 사마르타파씨는 현재 이씨의 사업파트너로 아시아 아이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현지 총책임자다.

처음엔 이씨 혼자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젠 GEFONT와 더불어 삼성꿈장학재단의 든든한 후원도 받고 있다.

그는 오는 16일 다시 네팔로 떠난다.

이씨는 “그들을 자선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아요. 함께 울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들의 능력에 믿음을 갖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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