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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운용
뉴스종합| 2011-12-15 08:31
채권 이자율이 물가상승률 보다 낮아져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다. 주식도 기대수익률은 낮아지는데 변동성만 높아지고 있다. 이달 하순 출범할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같은 자산관리의 난세(亂世)에 꼭 필요한 안전가옥이 되고 있다. 주요 투자자가 기관이나 고액자산가에 한정되지만, 향후 재간접 헤지펀드와 헤지펀드 전략의 공모형 펀드 출현도 기대할만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변화의 중요한 첫 단추다. 헤럴드경제는 각 금융투자회사에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선봉에 내세운 최고수들을 만나본다.


“사실 재료(투자대상)은 헤지펀드나 일반 펀드가 모두 같습니다. 문제는 요리사(매니저)가 재료를 어떻게 가공해서 고객이 원하는 맛(투자성과)을 만들어 내느냐죠”

한국운용의 롱쇼트(long/short) 전략 헤지펀드 운용을 담당한 김의년 팀장(해외주식ㆍ채권)과 이대원 과장(국내 주식)의 운용목표는 연10% 내외의 변동성과 수익률이다.

김의년 팀장은 채권과 주식을 모두 운용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해외주식 및 채권 전문가다. 이대원 과장은 2009년부터 1년반 가량 롱/쇼트 사모펀드를 실제 운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연평균 수익률은 연8%다.

이들이 제시한 ’조리법(recipe)’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먼저 지역과 투자대상의 다양화다. 다른 운용사 헤지펀드와 달리 한국운용 헤지펀드는 국내 주식을 주로 하되, 해외주식과 채권을 20~30% 가량 가져갈 방침이다. 국내 증시에만 존재하는 위험을 회피(hedge)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소니, 현대차와 토요타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투자단위(개별종목, 롱/쇼트 쌍 등 투자판단이 반영되는 최소투자단위)로 묶을 생각입니다. 현대차가 잘팔리면 현대차를 사고, 토요타를 공매도(short)하는 식이죠” 김의년 매니저의 말이다. 해외주식은 주로 일본, 대만, 홍콩에 상장된 기업들이 대상이다.


현대차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차익을, 토요타에서는 주가하락에 따른 공매도 차익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분야 때문에 비교대상 찾기가 쉽지 않고, 현대차는 국내에 마땅한 경쟁사가 없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보완적 관계다.

두번째는 첫번째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펀더멘털(fundamental) 인덱스다. 계량적(quant) 분석에만 의지하지 않고, 업황은 물론 개별기업의 속살까지 발라내 투자대상을 고르는 전략이다. 숫자로만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퀀트 전략과 달리 해당 업종과 기업에 대한 더 깊은 이해까지 필요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한 펀드가 30~40개의 투자단위를 갖게 구성할 계획입니다. 한국운용의 리서치가 국내외 기업을 동시에 분석하기 떄문에 그 자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 투자단위에 대한 분석을 별도로 하고 이에따라 실제 투자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한국운용 리서치에서 원화약세로 현대차 가격경쟁력 강화라는 분석결과가 나오고, 토요타의 마케팅 강화 분석결과를 토대로 헤지펀드운용팀에서는 현대차와 토요타의 펀더멘털 대비 현재 밸류에이션을 판단해 매수와 공매도의 정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한국운용 리서치와 헤지펀드팀과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분리장치(chinese wall)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기초 조리법, 즉 모델 포트폴리오를 받아올 수는 없다. 원재료의 기초정보만 쓸 수 있다.


세번째는 한국운용 특유의 투자철학이 담겨있는 비결이다. 바로 매매최소화를 통한 펀드 효율 극대화다.

한국운용 롱쇼트펀드는 시장의 방향, 업종의 사이클에 순응하는 운용기법이다. 아시아(일본제외)지역에서 가장 일반적인 롱/쇼트 전략이기도 하다. 시장 전체의 위험은 제거하고 투자대상에 내재된 잠재수익만을 뽑아내는 시장중립형(market neutral) 롱/쇼트와는 다르다. 즉 호황사이클에 앞서 주식을 사고, 불확 사이클에 앞서 공매도를 하는 방법이다. 수익률 하락 위험에 대비해서는 예상이 빚나간 경우 20%의 손절매 원칙을 적용한다. 싸이클을 활용하기 때문에 최소 보유기간이 3개월이다. 일반적인 퀀트펀드 매매기간 1~2달보다 배 가량 길다. 그만큼 거래비용이 줄어든다. 거래비용 감소는 수익률에 ’플러스(+)‘ 요인이다.

다만 헤지펀드 세부 운용전략은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차별화된다. 고액자산가들은 제한된 위험정도에서 최대의 수익을, 기관투자자들은 제한된 수익내에서 최대의 위험관리를 우선하는 등 요구(needs)가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자 비용은 아직 금융당국의 지침이 나오지 않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수익조건 속에 각종 비용이 녹아들어있는 ELS나 ELF 보다는 낮지만, 성과보수 등을 감안하면 일반 공모주식형 펀드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을 예상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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