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설마’와 ’만약’
뉴스종합| 2011-12-15 10:27
국어사전에서 ’설마’는 ‘그럴 리 없겠지만’으로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하는 뜻이다. ‘만약’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뜻밖의 경우“가 첫번째 뜻이다. 요즘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을 보면 ’설마’와 ’만약’의 차이가 또렷하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는 불완전판매가 적잖은 골칫거리다. 펀드와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금융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아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게 잇따라 법원에서 인정되고 있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품을 팔 때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주가 하락폭만큼만 손실이 나는 주식보다는 자칫 투자금 전체를 날릴 수 있는 신용(credit) 상품은 더욱 그렇다. ‘설마 잘못될까’란 태도는 곤란하다.

일부 증권사에서 아예 일정 등급 이하의 회사채나 CP를 팔지않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옳지 않다. 각 등급별로 투자위험 차이가 분명함을 투자자에게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먼저다. 증권사들에 회사차 발행 권한을 준 것은 신용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이를 감수할 만한 투자자를 찾아 기업들에 자금을 융통해주기 위해서다. 문제가 좀 있다고 아예 팔지 않겠다고 하면 아예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줄을 막겠다는 뜻이 된다. 이런 식의 ’몽니’를 부린다면, 증권사에게 굳이 회사채 발행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 기업금융을 핵심으로 하는 투자은행(IB) 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괜한 짓이 된다. ’만약 내가 투자한다면 할 수 있을까’의 자세로 접근한다면 불완전판매는 막을 수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만약’보다는 ’설마’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불완전판매 점검을 위한 ’미스테리 쇼핑’ 강화는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계열사 상품판매 비중 강제 인하 같은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핵심은 계열사상품을 많이 판 게 아니라 잘 못 판 행위 자체다. 불완전판매를 막으면 계열사 상품 판매 쏠림현상도 자연스레 바로잡힌다. 규제를 위한 규제는 판매사간 ‘맞바꾸기(bater)’ 등의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헤지펀드 규제도 그렇다. 현재 헤지펀드 규제는 지나치게 투자자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산업자체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많다. 헤지펀드 주요고객은 기관이나 고액자산가다. 금융상품 이해도도 높고, 투자판단도 주체적이다. ’만약 투자자가 부당하게 피해를 보면 어쩌지’라기 보다는 ‘설마 이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까’에 무게를 두는 편이 나아보인다. 헤지펀드는 ’그들’의 투자대상이지만, 헤지펀드 산업의 수혜는 ’우리 모두’일 수 있다.

장기투자펀드 세제혜택도 마찬가지다. 10년간 투자대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점을 인정하는 꼴이다. 연금상품은 상품간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변액연금보험은 투자스타일을 투자자가 자주 바꿀 수 있다. ‘만약 세수가 많이 줄어들면 어쩌지’보다는 ‘설마 이런데도 장기투자 안할까’라는 접근이 옳다.

업계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라는 공자님 말씀을, 금융당국에는 ‘목적 자체가 잘못이면 정도의 다름은 크지 않다(五十步百步)’는 맹자님 고사를 전하고 싶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