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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發 한파에 아시아 기업도‘꽁꽁’......유럽銀은 돈 빼가고…韓·中·日수출 반토막
뉴스종합| 2011-12-15 11:20
유럽 재정위기 탓에 아시아는 수출부진에다 돈줄까지 마르는 사면초가의 처지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중국ㆍ한국ㆍ일본 기업들의 대(對) 유럽연합(EU) 수출이 올 한 해 급감했다는 숫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출 기업이 많은 아시아로선 ‘유럽발 재정위기→금융위기→금융사들의 자금회수→전 세계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게 우려된다. 수출선 다변화를 통해 침체기에 접어든 EU를 대체하겠다는 전략도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당장 내로라하는 항공사와 해운사들은 자금회수에 들어간 유럽은행들 때문에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양말부터 휴대폰까지 EU 수출 반토막=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경기침체 징후가 농후한 EU 국가들의 수요 급감으로 아시아 기업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양말 수출로 유명한 중국 상하이 하아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지역 양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올해 EU 수출이 30%나 줄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EU로 가는 선박물동량 성장세는 지난 11월 5%로 감소했다. 전달의 7.5%에서 쪼그라든 것이다.
중국의 EU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침체가 더 심화한다면 중국의 수출은 10~12% 줄어들 수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중국의 내년 수출 성장세는 ‘제로’로 떨어질 걸로 본다”고 했다.
FT는 한국의 EU 수출이 올 초 대비 13.8% 감소해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박과 휴대폰은 각각 72%, 53%씩 급감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가뜩이나 엔고와 극심한 내수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시름을 더하고 있다. 디디에 레로이 도요타 유럽 품질담당 사장은 “러시아 시장의 수요가 견고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는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이런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가 관건이다. 아시아 국가가 중국으로 상품(부품)을 수출하면, 중국은 이를 유럽 등에 재수출하는 ‘사슬’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휘청하면 그 여파는 아시아 전체에 퍼진다. 하지만 해답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 장찌웨이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의 수요가 줄어들면 중국 성장세에 하방리스크가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돈 거두는 유럽은행…자금경색에 신음하는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아시아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은행들이 이들 기업에 빌려준 돈을 속속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화물 수송량 급감으로 신음하고 있는 항공사와 해운사들은 돈맥경화로 인해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6년 BNP파리바 등 10개 은행에서 조달한 5억달러의 대출금을 재융자(리파이낸싱)받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당시 금리는 리보금리보다 0.95%포인트 높았지만, 이 해운사가 한국의 또 다른 은행에서 1억달러 미만을 빌리는 데엔 3.75%포인트 상승한 금리를 적용받았다고 전했다.
재무상태가 건전한 회사들은 아예 회사채 발행으로 돈을 구하고 있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은행권 차입비용 증가로 지난 10월 아예 7년만기 회사채를 팔아 8500만달러를 확보했다. WSJ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처럼 수출입은행의 도움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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