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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투표날 아내 처음 공개한 이유는…”
뉴스종합| 2011-12-16 08:08
“광화문의 저 세종대왕 동상, 틀렸다”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죠. ‘세 사람이 지나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 시장이 되니까 자꾸 오만해져요. 그래서 더욱 겸손해지고자 합니다.”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아니면 ‘새로움’을 원하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속 다짐 때문일까. 취임 50일을 앞둔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뜸 ‘겸손’을 논했다.

일단 안심은 됐다. 절대반지의 달콤함에 빠진 ‘스미골’의 모습은 느낄 수 없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마침 지체장애 2급인 이상호(43) 서울시의원이 시장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박 시장은 문밖까지 나와 이 의원을 전송했다. 이 한 장면에서 작지만 큰 변화가 느껴졌다. 서울시장이 시의원과 집무실에서 1 대 1로 만나는 건 보기 드문 일. 실제로 이상호 시의원은 대담을 마친후 전화통화에서 “박 시장을 보고 좀 놀랐다”며 “시장을 만나더라도 세세한 정책을 논의하는 경우는 없는데 그와는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한 데 이어 시행안까지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시장과 헤럴드경제의 만남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 (시장실 안에 걸려있는 박 시장의 캐리커처 3장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점점 벗겨져 가는 모습. 그 중 한 장은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닮았다.) 퇴임 때 머리가 다 벗겨지도록 일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캐리커쳐라죠.

▶저렇게까지 되면 안 되겠죠.(웃음)

-사전에 SNS를 통해 ‘원순씨 인터뷰 한다’고 했더니 몇가지 질문이 들어오더군요. 우선 부인 관련 질문이 많던데, 공개석상에 잘 안 나오시죠. 두 분 관계는 괜찮으신지요?

▶사실, 사정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시민운동을 시작할 때 아내와 한 약속 때문입니다. 앞으로 집사람을 절대 밖으로 드러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재보선 투표하는 그날도 안 나오겠다는 것을 그렇게 하면 세상 사람들이 진짜 별거하는 줄 알 것 같아서 제가 사정,사정해서 나온 겁니다. 그래도 제가 아직 이혼 안 당하고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전에 독일 함부르크 시청 투어를 한 적이 있는데 아주 오래 전 시장님의 부인 그림이 걸려 있어요. 당시에 그 부인이 늘 담배를 물고 시청에 자주 왔다갔다 했답니다.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둔 것이라는데 거기서 좀 꼴불견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 출근길, 첫차를 타면 의외로 붐빕니다. 그분들은 광화문에 내리면 뛰기 시작합니다. 살펴보면 50, 60대 청소용역하시는 분들인 듯 한데, 그분들은 첫차를 타고 와서도 뛰어야 합니다. .

▶전에 청수장에서 첫차를 탄 적이 있는데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강남행 버스였는데 아마도 강북에서 청소, 관리, 경비 이런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이 타고 다니시나 봐요. 수요를 파악해서 배차를 늘린다거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건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게 살아 있는 정책이 되는거죠.

-연말입니다. 그런데 도심 곳곳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나무 위에 그대로 얹혀져 있습니다. 왜 나무를 이렇게 괴롭히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파리 상젤리제 거리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훌라후프형 장치를 설치하고 거기에 장식을 달았다는데.

  
박원순 서울시장/김명섭 기자 msiron@


▶파리 건축물 기행을 해보면 그들이 잘 사는 이유가 있어요. 문화적인 상상력, 창조성,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발상이 밑받침돼 있지요. 라데팡스 신개선문에서 개선문을 일직선상에서 바라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데 잠시 뒤를 돌아보니까 새파란 잔디밭에 공동묘지가 그대로 있어요. 프랑스가 미국을 상대로 큰소리치는 이유가 그런 문화적 자부심 때문 아닐까요. 작은것에 대한 배려, 그런 섬세함에서 도시의 미래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청계천에 물고기가 살고 있죠. 그 물고기들이 자연적으로 하류에서부터 올라온 거냐, 서울시가 인공적으로 방류한 거냐 논란이 있습니다.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할 때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썼는데, 북한산에서 자연적으로 물을 끌어오는 방안은 없을까요.

▶그에 대해 알아보니 그렇게 하면 청계천 원류의 수량이 줄어서 건천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현재 청계천의 문제점은 비가 많이 오면 청계천에 하수와 우수가 합수되어 물고기가 폐사하고 대장균이 우글거린다는 점입니다. 하수와 우수를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렵다고 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량이 좀 작더라도 그런 자연적 청계천의 모습을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비원 옆으로 올라가면 물이 상당히 콸콸콸 흐르고요. 평창동 쪽에 세검정에서도 물이 많이 나옵니다. 이명박 전 시장이 너무 서둘렀다고 봅니다. 이런 청계천을 생태적이고 역사적인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방법을 충분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시내 자전거 도로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데요. 차단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위험하기도 합니다. 시내 자전거 도로를 아예 없애거나 아니면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책은 10년, 20년, 1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시내 도로가 전부 자동차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거죠. 자전거뿐 아니라 보행자 입장에서도 힘듭니다. 시내 자전거 도로에서는 자전거 타고 지나가기 어려운 곳도 있어요. 서양에는 카페 밖에 노상 테이블이 차려져 있어도 자전거 타고 다니기에 충분하게 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서울시를 보행자 프렌들리, 자전거 프렌들리한 도시로 만드는 게 시대적인 큰 방향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개발하는 지역은 그런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기 쉽겠죠.

-뉴타운이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년 1월 발표하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이미 벌어져 있는 문제를 저는 수습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뉴타운입니다. 어디가든 뉴타운에 대해 소리 높여 얘기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한 번은 어떤 할머니가 하소연을 하는데 지금까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그런지 눈동자가 참 안돼 보였어요. 어떻게 해결할까, 저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어떤 곳은 많이 진전돼서 관리처분을 앞두고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조합이 결성 안 된 곳도 있어요. 이런 지역의 상황을 다 파악하고 지역별 주민 동의율도 파악해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난마처럼 얽혀 있어 누가 와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종 상향이 포함된 가락 시영아파트 재건축안이 통과됐습니다. 변화가 있는 건가요.

▶가락시영이 통과됐다고 해서 뭔가 혜택을 많이 준 걸로 아는데 재건축 관련 원칙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따를 뿐입니다. 서울시나 정부가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의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입니다. 개포동 재건축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그거는 제가 정확한 지침을 준 적도 없어요.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해 시나 정부가 초조하게 뭔가를 하고 그러는 게 옳은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그럴 예산으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게 바람직하겠죠. 영국이나 독일의 임대주택 비율은 20%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5%가 될동말동합니다. 주민들이 주택난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거죠. 지금까지 나라는 세금 걷어서 뭘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박 시장은 그러나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김명섭 기자 msiron@


-최근 “곽노현 교육감 부재가 아쉽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그 의미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연관성이 매우 큽니다. 실제로 서울시 교육청 예산의 70%가량이 서울시 예산에서 나가는 겁니다. 서로 협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선출직인 교육감이 안 계시고 대행체제로 운영되다 보니까 열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있었고, 그런 면에서 교육감이 계셨더라면 서로 교통정리도 하고 이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았을까 그런 소회를 밝혔던 겁니다.

-인터넷으로 온라인 취임식을 잘 지켜봤습니다. 웃음이 많이 났습니다. 사투리 억양도 인상적이었구요.

▶제가 실수가 좀 많았죠. 제가 ‘늘’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널’처럼 좀 이상하게 들린다고 합니다.

-박 시장은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통 범위에 선을 긋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나라당에서 저한테 공천심사위원장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정파성이 덜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에서 공격을 받았죠.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지지한다고 반대 측에서 공격받았어요(2010년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지방선거 출마자 50여명을 만났다. 그 중 2명이 한나라당 후보였다). 최근에는 또 종편에 축사했다고 공격을 받았죠. 시장으로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양 쪽에서 공격합니다. 샌드위치죠. 기업쪽에서는 친노동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저도 친기업 쪽이고 싶거든요. 풀무원, 포스코 사외이사를 했잖아요. 

 
박원순 서울시장/김명섭 기자 msiron@


-‘샌드위치’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야권 통합신당에 언제 들어가십니까. 합류 시점이 늦어질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제가 원칙으로 얘기한 게 있습니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야권 통합신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이죠. 야권이 단일화됐으면 좋겠어요. 갈려 있는 정파가 하나가 되고 정당이 혁신되어 안철수 원장님 같은 전문가 그룹이나 시민사회 운동가들도 들어가 뜻을 펼칠 수 있는 개방된 정당이 되었으면 해요. 정치가 생활하고 멀어졌다고들 하는데 앞으로 삶의 일상에서 다양한 정책이 생산되는 이른 바 생활정책 정당이 돼야 하는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야권 통합신당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모르니까 당장 거기 함께하기에는 무리인 거 같아요. 시장으로서 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도 있고요. 지금 당장에는 정당에 가서 뭘 하기보다 시정에 몰두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시민들 관심이 모아지고 통합을 잘 이룬 야당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정당이 언제쯤 나올까요.

▶저는 20대 국회의원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독일 연방의회에 19세 의원이 있는데 문제없이 잘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제가 추천도 하고 그러겠습니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계신지.

▶요즘 세종대왕을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박현모 씨가 쓴 ‘세종처럼’ 등 세종 관련 저작을 보면서 세종이 진짜 대단하신 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세종은 상을 당하고 광화문 네거리에 큰 솥을 걸어놓고 백성을 먹이면서 초가에서 3년을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분이에요. 그런 면에서 광화문의 저 세종대왕 동상은 잘못된 거라고 봐요. 황금옷을 입힌 그런 식의 동상은 아니예요. 물론 지금 다시 그 동상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올해의 인물로는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

▶누구 한 명을 뽑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1년 전체 중 한 명을 어떻게 뽑나요. 안철수요? 그 분도 같은 배를 타신 분이라서 그렇고요.

정리=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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