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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조문 방북, 대북사업 돌파구 실마리 찾을까
라이프| 2011-12-21 09:47
금강산 관광 6주년이었던 2004년은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변곡점이었다. 해상이 아닌, 육로관광이 본격화되면서 수익 창출 기반이 마련됐다. 북한도 이에 맞춰 깔끔하게 포장된 전용도로를 개통시키는 성의를 보였다.

여기에 에머슨퍼시픽사가 금강산 인근에 골프장을 건설키로 하면서 금강산 관광은 현대아산만의 사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났고, 신계사 대웅보전 낙성식을 계기로 경제교류가 문화교류로 확대되는 전기도 마련됐다.

당시 금강산 새 온천공 개발행사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금강산 관광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망 이후 3년 이상 모든 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모진 시련을 겪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사업 적자액은 5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투자자산까지 동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지금껏 투자한 자산을 송두리째 날릴 위기를 맞았다.

현대그룹은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을 북한으로 보내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북관계 정상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 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 소식이 전해진 당일,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던 현대그룹은 이튿날인 20일, 재계에서 가장 먼저 김 위원장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또 정부가 제한적이지만 남측 인사의 조문을 허용하면서 현 회장도 방북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을 사업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 현 회장은 생전에 김 위원장을 세 차례나 직접 만났다. 국내 유력인사 가운데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독대한 사람이 그이다. 직접 조문에 나서고자 하는 것은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기 위함이 우선일 것이다.

그렇다고 어렵게 찾아온 방북길에 대북사업 해결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대북사업은 현대 입장에서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 회장을 대신(?) 보내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일 것이다.

정몽헌 회장의 타계에 갑작스럽게 현대그룹의 명운을 떠맡게 된 현 회장. 수많은 난관을 때로는 강한, 때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헤치고 나온 현 회장이기에 북한을 향한 그의 발걸음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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