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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1…2012년 붕정만리를 기대하며
뉴스종합| 2011-12-28 09:23
삼성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의 연말인사가 발표됐다. 총수(owner)가 있는 주요 증권사 가운데 아직 한국금융지주와 현대증권 인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개략적인 방향은 잡혔다. 총수가 있는 조직의 인사는 ’효율’이 목적이지만, 총수가 없는 조직의 인사는 ’정치’만이 지배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총수 있는 증권사의 인사를 보면 내년 업계의 화두를 가늠할 수 있다. 삼성과 미래에셋을 통해 본 내년 화두는 ’글로벌’이다.

자산관리 전문가 박준현에서 투자은행(IB) 전문가 김석을 택한 이건희 회장의 선택은 글로벌화다. 국내 시장은 이미 왠만큼 평정했으니 이젠 밖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포석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성장동력이 제한적인 국내는 최현만 부회장에게 ’수석’ 타이틀을 줘 맡겨 놓고, 본인은 ’블루오션’인 글로벌 시장으로 날아가겠다는 뜻이다. 장기투자 문화를 위해 ’바늘없는 시계’를 만든 데 이어, 이젠 분산투자를 국경없는 투자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야 이미 글로벌 무대의 ’자이언트(Gigant)’다. 그의 이번 선택은 지극히 그 답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자이언트가 없는 금융업계이라서 박 회장의 선택은 남다르다. 시늉만 글로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미래에셋은 외형상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글로벌에 촛점을 맞춘 조직을 갖추게 됐다.

이런 점에서 이제 박 회장을 투자전문가나 펀드전문가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신 글로벌경영자로 보면 딱 맞다. 투자전문가는 구재상 부회장이다. 박 회장이 운용하는 듯 알려졌던 인사이트펀드도 실제 운용은 구재상 부회장 이하 글로벌 운용팀이 맡았었다. 박 회장의 역할은 ’중국에 쏠린 해외투자 모델이 적절치 않다’는 경영자로서의 방향을 제시한 것 뿐이다. 쏟아지는 인사이트펀드 부진의 비난도, 계속되는 펀드 환매에도 박 회장이 그저 묵묵했다. 맹자(孟子) 가라사대, 군자(君子)의 길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不怨天不尤人)’이다. 21세기 군자는 곧 경영자다.

올 미래에셋 최대 업적으로 ’타이틀리스트’ 인수를 많이 거론하지만, 정작 박 회장 본인은 캐나다 ETF운용사인 ’호라이즌베타프로’ 인수를 꼽는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갖기 힘든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운용과 미래에셋맵스운용의 합병도 글로벌 무대에 걸맞는 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다.


요즘 박 회장의 행보를 보면 ’장자(壯子)’ 소요유편(逍遼遊篇)에서 북해에 사는 큰 물고기 ’곤(鯤)’이 새 중에 가장 큰 새인 ’붕(鵬)’으로 변신하려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붕’의 모습을 짐작해보자. ’다리’는 글로벌 시장의 교두보인 호라이즌베타프로, ’몸통’은 ’합병된 미래에셋자운용’, 좌우 날개는 구재상 부회장(운용담당), 이태용 사장(전략담당), 그리고 ’머리’는 박 회장 자신이다. 하늘에서나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꼬리’는 최현만, 정상기 부회장에게 맡긴 듯 하다.

미래에셋 그리고 박 회장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비판할 부분도 많다. 그래도 그와 미래에셋의 새로운 시도는 평가할 만해 보인다. 누가 됐건 이제 대한민국에도 글로벌 금융계의 타이탄(Titan)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물이 나올 때가 됐다. 2012년 붕정만리(鵬程萬里)를 바란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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