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5일 개봉하는 ‘원더풀라디오’는 주인공 진아역을 맡은 배우 이민정의 영화다. 전작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선 주연이라해도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극의 전체를 끌고간다. 진아는 전직 아이돌 스타이던 라디오DJ여서 이민정은 깜찍한 복장을 하고 춤추고, 기타를 잡고 노래한다. 거침없이 소주잔을 들이키고, 막말과 욕설도 서슴없이 해댄다. TV CF 등을 통해 ‘여신’ 이미지를 구축해 온 이민정이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한단계 발전해갈 수 있는, 그 자신에겐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 역시 이민정의 힘이냐, 시행착오냐의 판가름 날 심판의 날이 개봉박두다.
이민정은 심적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걸 끌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선택한 영화라서 부담은 안고가야하는 숙명이죠.이민정을 보러 가는 관객이 대다수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관객 동원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거고, 그래서 매일매일 시험보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영화 홍보에 더욱 열심이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 녹화와 무대인사 등이 이어져 지난 3개월 동안 휴일이 단 이틀밖에 없었단다. 새로 들어갈 타이어 CF와 의류 광고 촬영까지 겹쳐 내년 1월 중순까지도 일정이 빼곡히 찼다.
원더풀라디오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음악과 라디오에 관한 얘기였기 때문. “어릴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었어요. CD가 집을 도배할 정도로 많았고, 낮 밤 가리지 않고 라디오 듣는 거도 좋아했어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두번 정도 사연을 보낸 적도 있는데, 안 읽어주시더라구요.(웃음)”
이민정은 영화에서 수준급 노래 실력도 발휘한다. ‘참쓰다’ ‘You’re My Angel’ ‘Again’ 등 세곡을 직접 부른다.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가수 이승환으로부터 따로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기타 연주법도 배웠다. 이 곡을 포함한 영화OST 음반이 다음주 중 발매될 예정이다. 좋아하는 가수와 음악을 묻자 그는 잡식성이라고 했다. “서양에선 어쿠스틱한 느낌의 존 메이어나 제이슨무라즈, 다 좋아해요 블랙아이드피스, 파이스트 무브먼트같이 진짜 클럽 음악하는 아티스트도 좋아하고. 락도 좋아하고, 국내서도 소녀시대, 빅뱅, 이문세, 김광석도 듣고….”
원더풀라디오의 진아역이 실제 성격에 가깝냐고 묻자, 그는 “진아는 잘나가던 시절의 성격을 버리지 못한, 참을성 없는 캐릭터인데, 그렇게 다혈질이기거나 화를 잘 내지 못하다”고 했다.
데뷔 6년차. 연기관이나 연기철학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출연작에 대한 책임감도 무게를 더해가는 연차다. 그는 “이제 좀 적응해 가는 것 같다. 대중한테 보여준 이미지는 10분의 1 정도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 작품에 녹아드는 연기를 하는 게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이민정이란 배우가 나온 작품을 믿고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아가도록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민정은 다음 작품은 특히 더 신중히 고르되, 절절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