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아웃렛
관치가격·반값경쟁…유통가‘불면의 해’
뉴스종합| 2011-12-29 10:40
길어지는 불황과 고물가로 시름을 겪은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고유가 등에 직면한 제조업체들도 연일 ‘가격’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유통업계 역시 이상기후로 인한 수급불안정 등 가격인상 요인 때문에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연초의 설탕, 밀가루 가격인상은 곧바로 식탁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 빵과 과자, 라면 등의 제품들이 릴레이 가격인상에 들어갔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번질 정도로 ‘가격인상 러시’가 뒤따랐다.
그러자 물가 상승과 가계 부담 증가를 우려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됐다. 우유, 음료수, 두부, 맥주 등 원자재 가격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서민 경제가 어려우니 가격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결국 풀무원, 롯데칠성, 오비맥주 등 눈치작전 끝에 가격인상을 감행했던 업체들이 슬그머니 원래 가격으로 되돌려 놓았다.
강압적인 관치정책이라는 비판이 불거졌지만 업체가 가격인상을 발표한 지 반나절도 안돼 인상안을 철회하는 촌극은 계속됐다.
유통업체들도 가격 때문에 숱한 발품을 팔아야 했다. 제품 공급가가 오르고, 이상기후로 인해 제때 제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등 많은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해외를 누비며 대체 공급처를 물색하거나 직접 제품을 들여오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제품가를 기존 가격의 절반 정도까지 낮추는 ‘가격파괴’를 이어갔다.
지난 3월 일본의 지진과 방사능 사고의 여파로 일본산 수산물 공급이 끊기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러시아산 명태, 노르웨이산 고등어 등 저렴한 대체 수산물을 발굴했다.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에는 벨기에나 캐나다에서 100g당 1000원대 안팎의 저렴한 돼지고기를 들여왔다.
외국에 있는 산지나 공장과 직접 계약을 해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고, 가격을 낮춘 제품들도 ‘반값 행렬’에 가담했다. 이마트는 브라질의 커피 농장에서 직접 생두를 들여와 로스터리 카페 원두보다 50~70% 가량 값을 낮춘 ‘반값 커피’를 선보이기도 했다.
디지털 방송 전환을 앞두고 TV를 교체하려는 수요를 겨냥해,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와 협력해 40~50만원 선의 LED TV를 내놓는 ‘반값 TV’ 전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마트는 대만의 가전전문회사 TPV와 손잡고 49만9000원의 LED TV를 내놨다. ‘이마트 TV’는 3일 만에 5000대가 매진됐다. 롯데마트는 국내 종합가전회사인 (주)모뉴엘과 제휴해 ‘통큰TV’(49만9000원)를 내놨다. ‘통큰 TV’는 상반기에 LCD TV로 처음 나왔고, 이후 지난 21일 LED TV도 나와, 1시간 만에 준비수량 2000여대가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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