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이봐! 밀린숙제 정답은 돈을 푸는 거야”
뉴스종합| 2011-12-30 11:04
유로존 위기·美성장둔화

中연착륙 유도 발등의 불

모범답안 ‘양적완화’로 귀착

증시엔 유동성 증가 호재

상승장 디딤돌 마련되는 셈



“문제 풀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내년(2012년)엔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생들이 정답을 알고는 있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이 싫어서 미적미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낙제점을 받기 때문에 어찌됐건 풀기는 할 것이다.” 지난해 말 사석에서 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경제를 빗대 한 말이다.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반가운 손님 ‘흑룡(黑龍)’이 물고 올 ‘선물’(?)에 세계 주식시장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현재로선 흑룡이 입에 문 선물이 여의주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학생’(세계경제)들이 풀지 못한 채 남겨진 ‘미제(未濟)’들만 잔뜩이다.

증권사 CEO의 말에 빗댄다면 학생들이 문제를 풀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이 험난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재미 없는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줄을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이 정답을 알고 있다 ▷문제를 푸는 과정이 싫다 ▷문제를 풀기는 푼다 등의 부분에 2012년 세계경제와 증시의 향방이 함축적으로 묻어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지난해 채 풀지 않아 세계경제와 주가에 주름살을 키웠던 부담요인들이 새해엔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경제 속성상 이는 역설적으로 보면 선물이기도 하다.

일단 지난해 밀린 숙제의 공통된 정답은 ‘돈을 푼다’로 귀결되고 있다. 물론 리스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과 변동성은 감내해야만 하는 기회비용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지난해 학생들이 풀지 않고 서랍장 속에 숨겨 놓은 숙제 중 1번 문제는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방안’이다. 시험시간은 암묵적이지만 상반기까지다. 1번 문제에 대해 각국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예상답안은 하나로 압축되고 있다. 방식이 어떻든지간에 ‘돈’(재정위기)의 문제는 또 다른 ‘돈’(양적완화) 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U가 5000억유로 규모의 ESM(유로화안정기구)을 조기 출범시키고, EFSF(유럽재정안정기금) 가용자원을 동원한 유로존 국채 매입을 허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정답을 내놓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문제의 특징은 정답을 적어내는 것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를 푸는 과정도 중요하다. 일단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프랑스 등 AAA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보증을 통한 채권발행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EFSF의 가용자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유럽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프랑스 등 주요국가의 신용등급 강등이 유럽문제를 파국으로 이끌지는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또 EFSF 원천자금의 안정적인 유지가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1번 문제의 고개를 넘는 동시에 2번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2번 문제는 미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 1분기 미국은 세제 혜택이 줄고 재정지출도 축소돼 성장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상존해 있다. 이에 대한 예상정답은 역시 FRB(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QE3’(3차 양적완화)다. 시장이 그 시기를 벌써부터 저울질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3번 문제도 역시 돈을 푸는 데에 있다. 중국의 경착륙만큼은 막아야 모두가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이란 공감대가 탄탄하다. 중국이 지난 2년간 지속한 긴축정책에서 최근 부양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결국 지난해 풀지 못한 숙제의 정답은 ‘돈’을 푸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에 유동성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세계경기에 대해 썩 좋지 않은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주식시장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스크 요인이 사라지는 만큼 변동성에 노출이 되기는 하겠지만 ‘우상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