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선진국 리플레이션 진입…우량 국채·회사채에 주목…일부선 유동성 고갈 우려
뉴스종합| 2011-12-30 11:04
흑룡(黑龍)이 가져다 줄 달갑지 않은 ‘선물’이 또 있다. 모두가 그럭저럭 살 길을 찾기 위해 돈을 풀기는 하겠지만, 시장에 풀린 돈이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딜레마다. 지난해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는 안식처로 여겨졌던 채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과연 시장에 풀린 돈이 올해에도 채권으로 흘러갈 것이냐이다. 채권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를 놓고 제각각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신용도가 탄탄한 국가나 기업의 채권에는 그나마 돈이 몰릴 수 있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한 국가나 기업은 유동성 고갈에 시달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양극화다. 새해 벽두부터 자산관리 논란의 핵심은 채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먼저 한쪽에선 여전히 채권에 판정승을 주려는 눈치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단적으로 올해엔 주식보다 채권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앤드루 웰스 피델리티 채권 및 투자솔루션그룹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2년 글로벌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선진국들은 경기사이클상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까지 이르지 않은 상태) 단계에 위치해 있다. 전통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채권이 상대적 강세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채권 발행자의 건전성에 대한 중요도가 증가할 것이다. 국가재정이 건전한 캐나다ㆍ호주 국채나 프록터앤드갬블ㆍ존슨앤드존슨 등 다국적 기업이 발행하는 초우량 투자등급 회사채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국내를 한정해 놓고 봐도 그렇다. 채권시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유럽게 은행들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과정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다. 하지만 유럽계(룩셈부르크 제외, 지난해 10월 말 기준) 자금은 외국인 채권보유액 중에서 12%(10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말(15.7%, 13조2000억원) 대비 이미 줄어든 것으로 보유채권도 대부분 2년 이하 통화안정증권으로 추정된다. 유럽자금의 이탈이 있더라도 시장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의 배경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관점에서 봐도 “주식이 이만큼 쌀 수는 없다” “지난해 세계경제를 옥죄었던 리스크 요인들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넘쳐나는 유동성은 이제 위험자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등의 논리로 채권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빌 스톤 최고 투자전략가는 “현재의 밸류에이션과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주식이 국채나 현금보다는 매력적인 자산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채권을 둘러싼 국내 사정도 썩 좋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채권 비관론자들은 당장 외국인 수급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 IB(투자은행)들은 볼커룰(은행의 과도한 자기자본 투자 제한)로 인한 규제와 수익성 악화로 트레이딩 사업부를 축소시키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활동을 축소하는 것으로 결국 글로벌 유동성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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