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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탱해준 사랑에 보답하고파”
뉴스종합| 2012-01-11 11:41

장애 딛고 美백악관 차관보까지 올라

시한부인생 불구 아름다운 선행 ‘뭉클’



한국계 미국인으로 백악관 차관보급까지 올랐던 시각장애인 강영우(69·사진 ) 박사가 한 달여 남은 시한부 삶에도 아름다운 기부로 세상과 멋진 이별을 준비했다.

9일 밤(현지시간) 워싱턴 DC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국제로터리재단이 주최한 강 박사를 위한 감사 행사가 열렸다.

강 박사와 두 아들 폴 강(한국명 진석) 안과전문의, 크리스토퍼 강(진영)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의 평화장학금으로 25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기부한 데 따른 것이다. 강 박사가 20만달러, 아버지의 제안으로 두 아들이 각각 2만5000달러를 내놓아 강영우 가족의 이름으로 장학금이 쾌척됐다.

지난해 말 췌장암 발견으로 살날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은 강 박사는 이전보다 여윈 모습으로 부인 석은옥 여사의 부축을 받고 행사에 참석했다.

강 박사의 오랜 벗인 법무장관 출신의 딕 손버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부부와 몇몇 로터리 지구별 총재도 자리를 함께했다.

강 박사는 지난 1972년 국제 로터리재단 장학생으로 뽑혀 피츠버그대에서 유학했고, 한국 최초의 미국 시각장애인 박사가 된 후 로터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해왔다.

밝은 표정으로 행사에 참석한 강 박사는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온 삶에 감사하기 위해 기부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세계 곳곳의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만들려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며 “재단에는 우리 기부금이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둘째 아들 크리스토퍼 강은 “40년 전 아버지를 위한 그 장학금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 가족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작지만 이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장학금은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 설립돼 있는 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학생들의 학비로 사용된다. 이날 행사에는 두 대학의 평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호주 수단 아이티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학생들도 참석했다.

강 박사의 역경을 이겨낸 감동적인 삶을 전해들은 각국의 학생들은 행사가 끝난 후 강 박사와 악수하기 위해 줄을 늘어섰다.

36년간 강 박사와 우정을 쌓아온 손버그 전 주지사는 “강 박사는 신체적 장애가 삶의 장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분”이라며 “기부 소식을 듣고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강 박사는 지난해 12월 췌장암 말기 선고를 현실로 받아들여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기로 결심했고,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생애 마지막 e-메일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민상식 인턴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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