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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와이브로 집착 ‘IT 고립’ 부른다
뉴스종합| 2012-01-25 11:14
전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와이브로 기술을 속속 포기하고 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고속의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로 와이브로가 여전히 쓸모가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와이브로 수요가 예전보다 못하지만 포기할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LTE에 주력하는 대부분 통신사들이 와이브로를 와이파이나 3G의 보조망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부정적이다.

다만 다음달 하순 시작되는 KT와 SK텔레콤의 2.3㎓(30㎒대역)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심사에서 주파수 이용 기간을 7년에서 5년 내외로 줄이거나 주파수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통위 내부에서 조차 “전세계가 LTE로 가는 데 우리만 계속 와이브로를 고집하는 것은 애플처럼 고립무원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폐기론’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와이브로는 2005년 무선인터넷 활성화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에서 정부 주도로 육성된 기술이다. 하지만 정작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된 데는, 아이폰 도입에 따른 스마트폰 확산과 2.1㎓, 800㎒, 900㎒ 등 주파수 공급이 더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엄밀히 말하면 와이브로는 순수 국내 기술로 보기도 어렵다. 상용화 특허는 삼성 등 국내 장비업체들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동일 주파수 대역에서 더 많은 가입자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직교주파수분할 다중접속방식(OFDMA)’ 원천 특허는 퀄컴에 있다. 퀄컴 내부 문서에 따르면, 퀄컴은 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와이브로 사용 국가들에 대해 3.25%의 로열티를 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LTE에 밀리면서 2.3㎓와 2.5㎓의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을 쓰는 미국, 러시아, 인도의 사업자들이 와이브로를 포기하고 같은 대역에서 LTE 기술인 TD-LTE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로밍에서도 와이브로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작년 3월 출시된 갤럭시탭 와이브로는 4만대 팔리는 데 그쳤고 6월 말 나온 HTC의 와이브로 태블릿PC는 1000대 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HTC의 와이브로 스마트폰은 10만대가 팔렸지만 LTE에 주력하고 있는 KT는 더 이상 입고 계획이 없다. 서비스가 시작된 2006년 이후 현재까지 와이브로 전체 가입자 수는 100만명이 채 안 된다.

삼성 역시 작년에 와이브로 개발팀을 해체하고 대부분의 인력을 LTE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내달 와이브로 주파수를 재할당 받는 사업자들은 주로 스마트폰의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보조망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방통위는 이런 용도에 부정적이다.

방통위는 “사업자들이 일단 재할당 심사를 신청한 만큼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는 있다고 본다”며 “넷북이나 슬레이트PC, 노트북 등 다양한 단말만 나와 주면 와이브로 시장은 계속 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주파수 이용 기간 등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부가 와이브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얼라이언스(협력)가 필요하다”며 “7년 전과는 다른 정부의 새로운 기술혁신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상현 기자/puqua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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