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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부자’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
뉴스종합| 2012-01-26 11:46
주변 생각하는 소통 통해
富에대한 뿌리깊은 반감 극복

“우리는 낙오자 껴안지못했다”
다보스서도 자본주의 반성

시장 상인들도 기부행렬
한국사회 새 희망의 싹이…

‘부자(富者)’.

한국사회에서 이처럼 자기모순성을 가진 단어는 없다. 경외의 대상이지만 질시와 폄훼의 대상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꿈꾸지만, 자기가 못 되고 남이 되면 끌어내리기 바빠진다. 부정하게 부(富)를 축적했다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엔 부자에 대한 반감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정당하게 부를 일궜어도 일단 비판의 대상이 된다. 물론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바삐 부를 축적하느라 주변과의 나눔에 인색했던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주 최부자는 흉년에 땅을 사들이지 않았다. 떡볶이, 순대까지 재벌 2ㆍ3세가 손대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부자에 대한 반감은 일정 부분 반기업 정서로 흘러들어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사회 양극화에 따른 갈등 비용은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는 요원해진다.

헤럴드경제는 이에 연중기획을 통해 양극화 해소와 건강한 사회 추구를 위한 ‘부자의 자격- 신(新)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를 제안한다.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일부 부자들의 리세스 오블리주가 한때 화두였지만 모두 양극화 치유에는 한계를 보였다. 최근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자본주의와 부자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있었다. 다보스포럼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지금의 자본주의는 낙오자를 껴안지 못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고백했다.

  이젠 新리세스 오블리주로 치달아야 한다. 新리세스 오블리주는 큰 부자들 얘기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가진 사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 특히 마음의 부자들 모두가 사회로부터 진 빚을 갚자는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일구는 부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통 큰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부자와 빈자의 간극을 메우는 해법이라는 게 출발점이다. 당당한 부자, 떳떳한 ‘나눔 부자’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믿는다. 

‘나눔은 봄이다.’ 이동건(앞줄 오른쪽 세 번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과 진수희(오른쪽 네 번째) 한나라당 의원(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3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나눔 함께 봄’ 행사를 열면서‘ 나누면 나눌수록 봄이 온다’는 의미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제공=사회복지공동모금회]


헤럴드경제는 이 시대의 올바른 ‘부자상(像)’을 정립하고자 한다. 특히 부의 인문학 개념 정리와 함께 젊은 부자, 숨어 있는 부자들을 발굴하고, 부자들 대상의 다양한 설문을 통해 양극화 치유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은 “올바르게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부자가 된 후에도 주변과 소통하는 법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그는 상대적으로 부를 달성한 이들이 나눔DNA를 퍼뜨릴 때만이 일부나마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황은 암울하지 않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운동화를 팔아 모은 돈을 아낌없이 쾌척하는 ‘기부 천사’들이 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멤버가 최근 급증한 것도, 부자학연구학회 젊은 부자 회원들이 나눔DNA를 퍼뜨리고 있는 것도 양극화 해소의 긍정 시그널이다.

물론 사회 전체적인 기부는 더 늘어나야 한다. 기부문화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GDP 대비 총 기부금액 규모는 0.8%로, 미국의 2.2%에 아직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고 新 리세스 오블리주가 기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헤럴드경제와 대한상공회의소가 1005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한 ‘리세스 오블리주 덕목’ 결과에 따르면 성실납세(38.7%), 법질수 준수(25.3%)가 1, 2위로 꼽혔다. 금전 기부와 재능 기부, 사회봉사 활동, 예술단체 후원 등 직접적인 나눔(18.2%)을 택한 이보다 많았다. 사회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도 최고의 리세스 오블리주라는 의미다.

원칙에 충실하며 부를 이룬 뒤엔 주변을 따뜻하게 껴안는 ‘떳떳한 나눔부자’가 많아지는 것이 사회 갈등 해소의 지름길이자 신(新)자본주의의 출발점이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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