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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칼바람’…日 기업들 시련의 계절
뉴스종합| 2012-01-27 11:04
대지진·엔高 여파 판매부진

작년 경영실적 줄줄이 적자


NEC, 직원 1만명 감원

3월 결산 앞두고 체질개선

자금조달 어려워 도산 우려도



일본 기업들이 전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되다 못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서는가 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혹독한 빙하기로 본격 접어드는 양상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동일본 대지진 영향과 나라 상황에 걸맞지 않은 엔고,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뒤처진 기업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탓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31년 만의 무역적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26일 도쿄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연 일본 통신전자기기 업체인 NEC의 엔도 노부히로(遠藤信博) 사장은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이었다.

NEC는 이날 휴대전화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함에 따라 올 상반기 중 국내외 직원 11만명 가운데 5000명과 협력사 직원 5000명 등 모두 1만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NEC는 2009 회계연도에도 국내외 계열사 직원 등 2만명을 감원했다.

그는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유럽의 신용 불안으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구조조정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감원은 실적이 나쁜 휴대전화나 전자부품 관련 사업이 주된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NEC의 휴대전화 사업은 스마트폰 출시가 늦어진 탓에 판매가 저조해 2011 회계연도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NEC는 2011 회계연도 연결 결산 실적 전망치를 애초 150억엔 흑자에서 1000억엔 적자로 수정하고 인원 감축을 포함한 사업 구조개혁 비용으로 특별손실 400억엔을 계상하기로 했다.

중기 경영계획에 포함한 2012 회계연도 4조엔 매출 목표도 하향 수정할 방침이다.

NEC와 히타치의 공동출자회사로 반도체 D램을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업으로 만드는 에르피타 메모리도 2011년 4~12월 연결결산에서 900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일본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410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던 전년도 실적에 비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 회사의 실적부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PC 판매부진에다 반도체 수요감소로 매출과 채산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닌텐도(任天堂)는 오는 3월로 끝나는 2011 회계연도 순손실이 650억엔으로,1981년 연결실적 공개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 회사의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적자폭이 예상보다 450억엔 늘어난 것은 게임판매 부진과 엔고현상 지속으로 매출이 부진했던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전자산업의 대표주자인 파나소닉과 소니는 엔고 타격으로 2011년 회계연도에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체인 마쓰다도 올 회계연도 적자 전망을 내놓았다. 다른 기업들도 적자 발표만 남아 있을 뿐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가 유럽국가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본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킴으로써 도산 등의 우려마저 높아지는 모습이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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