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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력은 영원한 안타고니스트?
엔터테인먼트| 2012-02-01 11:33
한국영화, 사법부 연일 난타
국민적 불신반영 큰 호응
일부선 왜곡된 법감정 우려도

“여기는 내가 얘기했던 우리 집안사람 최익현 씨다.” “반갑습니다. 최주동(검사)입니다.” “어, 그래 반갑네, 최검사.”

“니랑 촌수로 따지면 느그 아버지, 우리 형의…할아버지의 9촌동생의 손자가 바로 익현 씨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일 개봉·사진)의 한 장면이다. 1990년 전후 부산 최대 계파 조폭 보스로 지역 내 유흥업소와 건설 관련 각종 이권에 불법 개입한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분)이 (멀고 먼) 종친임을 내세워 부산지검의 중견검사를 소개받는 대목이다. 검사는 이 인연으로 최익현의 폭행, 범죄조직 결성, 이권 개입 등 혐의가 불거질 때마다 법조계 내 인맥을 동원해 압력을 넣고 ‘뒷배’를 봐준다. 부장검사와 후배검사, 사건담당 검사까지 동원돼 조폭인 형사피의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금두꺼비 따위의 뇌물을 수수하는 장면도 있다. 2010년 4월 부산ㆍ경남지역 한 건설사 대표의 폭로를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과 판박이다.

영화 속에선 검찰 수사로 위기에 몰린 최익현이 로비명단이 적힌 수첩을 흔들며 사법부가 자신은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대목도 있다. 



과연 사법권력은 한국사회의 영원한 ‘안타고니스트(악역ㆍ적대자)’일까. 사법권력이 한국영화로부터 난타당하고 있다. 개봉 13일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부러진 화살’은 일명 석궁테러사건을 다뤄 논란을 일으켰다.

대법원은 영화에 대해 “예술적 허구”라며 “항소심의 특정 국면만을 부각시켜 전체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난 27일 영화를 비판한 데 이어 나흘 뒤엔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자성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부러진 화살’은 MBC ‘100분 토론’의 의제로도 설정돼 “영화의 진실과 핵심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반영”이라는 의견과 “실화 바탕의 영화임에도 사실을 왜곡했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실제 사건 당사자인 김명호 교수가 케이블TV의 토론프로그램에 초청되는가 하면 급기야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6일 국민과 대화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여기에 ‘범죄와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사법부는 더욱 곤혹스러워지게 됐다.

이 작품은 1990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윤종빈 감독은 사법부의 각종 비리상을 묘사한 근거에 대해 “80%가 취재 결과”라고 밝혔다.

윤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특정 사건이 모티브가 된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 들어 죽은 아버지의 시대가 되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현실이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사법부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작품의 흥행에 대해 “세상에 대해 가진 사람들의 불만이 경찰ㆍ검찰ㆍ사법ㆍ언론 등 모든 권력집단에 대한 불신으로 향하고 있다”며 “그래서 대중이 반응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부당거래’에서 ‘도가니’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까지 영화 속 사법권력은 사학ㆍ기업ㆍ범죄조직ㆍ정치권력과 결탁됐고, 각종 향응과 뇌물로 부패돼 공정한 수사와 재판의 본분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과연 ‘영화가 호도하고 왜곡한 현실’일까, ‘사회적 현상과 국민적 감정의 반영’일까. 이들 영화의 잇단 흥행이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일까.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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