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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에 귀농은 없다”..도시전문직 A씨의 사례로 살펴본 귀농정책 문제점
뉴스종합| 2012-02-08 11:01
지난 22년 동안 서울에서 전문직으로 일한 A(50) 씨. 그는 2010년말 경기도 B군으로 내려가 이듬해 6월 정부의 귀농인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농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서투른 농사일에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다가 뒤늦게 귀농인이 3년 이내 취득한 농지는 취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급받을 수 있는 액수가 150여만원에 정도였지만 별다른 수입이 없는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액수였다.

반가운 마음에 당장 B군 담당 부서에 문의를 했고, 환급받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누가봐도 명백하게 귀농인이고, 정부의 귀농인 지원자금을 받아 농지를 매입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태에서 “선생님은 귀농인이 아니기 때문에 환급 관련 서류를 접수할 수 없다”고 하는 담당공무원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취득세 감면을 담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귀농인은 ‘농어촌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로 나와 있는데 A씨의 직전 거주지 ‘화성시 봉담지구’가 읍면에 있어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감면 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귀농했는데 단지 과거 읍면 지역에 거주했다고 해서 귀농인이 아니라니...그럼 그간 농업인이었단 얘기인데 실로 어이가 없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말로만 귀농 지원= 답답한 마음에 ‘조특법’ 관할부처인 행안부에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개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문의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농어촌의 개념은 ‘농어업 기본법’에서 따온 것이니 농식품부에서 개정하는게 맞다고 농림부로 떠넘겼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은 “조세심판원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제받으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읍면지역을 농어촌으로 규정한 것은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은 “현실과 제도간 괴리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함부로 개정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취득세 감면은 행안부 소관인 만큼 그쪽에서 유권해석을 내려줄 수 있다”고 떠넘겼다. 하지만 행안부는 “어차피 농어촌 개념을 농어업 기본법에서 따왔고, 따라서 유권해석도 농식품부에서 내려야 한다”며 맞받았다.

법령에 단서를 달거나 유권해석이나 지침, 또는 지자체 질의에 대한 회신을 통해 명백하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상충되고, 현실과도 맞지 않은 ‘농어촌’의 범주에서 수도권 읍면의 택지개발지구라던가 수도권 읍 중심지는 제외하는 게 맞지만, 서로 관할을 따지며 떠넘기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대신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귀농인의 창업 및 주택 구입 및 신축 지원과 관련한 귀농인의 조건에 조특법과 동일하게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로 일선 지자체로 지침을 내려 보내면서 한쪽 구석으로는 해당 지자체에서 질의해오면 읍면지역이더라도 택지지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구제해 주도록 회신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선 지자체도 근본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 귀농인 지원 조례를 제정해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귀농인의 요건(농어촌 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명백하게 귀농인이고 , 더구나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B군 담당공무원은 법 규정만을 들어 귀농인이 아니라며 아예 환급 신청서류 접수 조차 거부했다.

귀농교육을 받고, 정부의 농지구입자금으로 농지를 산 A씨는 귀농인이고,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을려는 A씨는 귀농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A씨는 “지난해부터 귀농인으로 살아왔는데, 이 순간 귀농인이 아니라고 한다”며 “잘못된 법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정부 부처에 건의하기는 커녕, 도와줘야할 민원인한테 서류도 가져오지 말고 민원 질의부터 하라고 큰 소리치는 것이 공무원이 할 짓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사각지대 귀농인 구제책 마련해줘야=이처럼 ‘귀농인인데도 귀농인이 아닌’ 정부지원 사각지대의 귀농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토계획의 최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읍면지역내에서 주거,상업, 공업지역 등 도시지역은 마땅이 농어촌의 범주에서 제외하는게 맞다. 수도권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당연히 법령을 개정해야 맞지만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너무 포괄적 ‘농어촌 제외’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 농어업 기본법에 단서를 달아 농어촌의 범주에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등 명백한 주거, 상업, 공업 지역을 제외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지침이나 유권해석, 또는 지자체 질의에 대한 적극적인 회신과 홍보 등을 통해 현재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건 비단 A씨 한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귀농인 취득세 감면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이미 일부 눈치빠른 지방자체단체의 경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신들이 제정한 귀농 지원 조례에는 군비로 지원하는 여러 지원책에 대해서는 ‘타지역에서 귀농한 기존 농업인이 아닌 사람’을 귀농인으로 보고 지원하고 있기는 하다. 이전 지자체가 인접한 지역이든, 귀농인이 심지어 농업인이든 상관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일부는 ‘농어촌 외의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자’라는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은 농식품부에 적극적으로 질의해 구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다.

김대우ㆍ홍승완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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