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결국 삼성, LG 등 스마트TV 제조사를 겨냥해 인터넷 회선을 끊는 초강수를 뒀다.
스마트TV업계가 네트워크 투자비 일부와 망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데 대한 실력행사로, 망 중립성 논의에서 통신업계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포털사와 통신사간 무선부문의 망 중립성 논의에서 통신사들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부터 KT를 비롯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유선 통신사업자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TV제조사들에 대해 망 사용대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이번에 인터넷 이용자 보호와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가입자 선로를 차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KT에 따르면 스마트TV는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실시간 전송시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600Mbps를 일정하게 보내는 IPTV와 달리 유니캐스트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약 917배의 트래픽을 유발시킨다. 반면 KT의 유선 망 수용률은 지난해 1월 이미 85%로 적정용량을 초과해 스마트TV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트래픽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이번 접속 차단 조치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국내 스마트 TV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TV의 상용화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비용 분담 요구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주도권을 잃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스마트TV 제조사들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사례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버라이존과 AT&T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마트TV를 공급하면서 이들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해당 국가의 통신사들은 정액제 요금 대신 종량제나 단계별 요금제로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 스마트TV제조사가 비용을 분담하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도 경쟁적으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스마트TV 해외수출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투자비를 보전하려면 콘텐츠 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을 높이거나 미국처럼 요금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KT의 이번 조치로 일반 이용자들의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dimua>puqua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