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2월 옵션만기일을 외국인의 힘으로 넘어서며 ’유동성 랠리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미국의 두차례 양적완화를 경험했던 터라, 2008~2009 국면이 세번째 양적완화가 예상되는 2011~2012에 재현될 지 여부가 관심이다. 하지만 기업실적의 개선이 더디고, 지수수준도 이미 높다. 그리고 지나친 유동성 공급의 부작용 우려도 크다는 점에서 경계론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닮은 꼴=2009년에도 미국의 양적완화가, 2012년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장기대출제도(LTRO)가 주가 반전의 계기다. 여기에 미국도 여차하면 또 돈을 풀 태세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짐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난 연말 유렵의 LTRO 이후 리보(LIBRO) 등 국제금리가 일제히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돈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기 전망치 흐름도 유사하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2009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변화를 보면 리만 파산 직전인 2008년 8월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다 리만 파산 이후 급감한다. 2012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4.5% 수준에서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된 작년 8월 이후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3.3%로 주저앉았다”고 분석했다. 리먼 사태만큼의 충격파가 아니었기에 조정폭은 2011년이 2008년 보다 깊지 않은 게 자연스럽다.
▶다른 꼴=2007년 80조원이던 국내 기업 총순이익은 2008년 52조원대로 급감하다 2009년 88조원으로 회복한다. 2010년엔 132조원을 넘는다. 2011년에도 2010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2012년 전망도 소폭증가 정도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정도가 변수지만, 기업이익 늘지 않으면 유동성 만으로 시장이 오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홍기석 드림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유동성이 풍부해 주식으로 돈 벌 기회는 많다. 하지만 지수가 아니라 종목이다. 2009년 처럼 돈이 많다고 해도 코스피가 40~50%씩 오르는 건 아니다. 지수와 상관없이 스마트 머니가 움직이는 모멘텀이 있는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의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동시만기에 대한 경계도 남아있다. 1분기 실적과 경기지표, 유럽사태 해결방안 등의 윤곽이 드러나면 투자심리에 변화를 가져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09~2010년 외국인 투자자금은 한국기업의 실적개선 및 글로벌 위상 제고에 투자하는 장기자금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시장에서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홍 본부장은 “언제든 100~200포인트 정도는 쉽게 등락할 수 있는 게 오늘날 코스피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