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 벨트’가 4월 총선의 운명을 가를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강서, 영등포, 서대문, 마포, 용산, 동작, 강동 등 남북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이들 지역의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은 제1당 수성이라는 총선 승리 목표 달성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16일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한강변 지역구 대다수 지역에서 현역 의원들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강서갑(구상찬 의원), 영등포갑(전여옥 의원), 서대문을(정두언 의원), 동작을(정몽준 의원) 등 이들 지역 다선 의원 상당수가 공천 접수를 마쳤고, 마포갑과 용산, 강동갑ㆍ을 4개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간 공천 대결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마포갑에는 강승규 의원에게 비례대표인 김혜성 의원이 도전장을 냈고, 용산에서는 이 지역에서 3선을 노리는 진영 의원이 배은희 의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도전자와 맞닥드렸다. 또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이런저런 사유로 자리를 비운 강동갑ㆍ을에서도 임동규 의원과 노철래 의원(강동갑), 정옥임 의원과 김충환 의원(강동을)이 정면 대결에 나섰다.
이 같은 새누리당 내 치열한 경쟁은 이들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찌감치 전략공천 지역으로 못박은 강남과 서초, 양천갑이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라면, 이들 한강 벨트는 최근 우후죽순 아파트 단지와 중도-중산층의 민심 이반 사이를 오가며 ‘수도권 표심’의 바로미터 역활을 하고 있다.
실제 4년 전 총선에서 이들 지역은 한나라당 출신 정치 신인들을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로 현역 의원으로 만들어줬다. 반면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는 다소 엇갈린 선택을 했다. 용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51.4%의 득표율로 전체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야권 단일 후보를 여유있게 눌렀고, 마포갑(44.5%), 영등포갑(44.4%), 강동갑(48.2%), 강동을(46.6%) 등도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강서갑, 서대문갑, 동작구을 등에서는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로 경고장을 보냈다.
새누리당이 이 처럼 유동적인 한강벨트에서 수성에 성공할 경우 서울에서만 약 15석에서 17석 이상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한강벨트를 내준다면 새누리당은 강남벨트로 분류되는 단 7~8석만으로 서울에서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서울 지역 10석의 차이는 타 지역이 미치는 영향, 비례대표 의석수와 직결된 정당 투표 등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 20석 이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130석 원내 1당, 100석 미만의 참패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 한 가운데 한강 벨트가 놓여있다는 의미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센터 소장은 정두언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선 서대문을의 후보별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엇갈린 결과를 예로 들며 “이런 민심을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새누리당의 공심위도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현역 의원들이 일단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강벨트에서 아슬아슬하게 당락을 오가고 있는 현역 의원들보다 경쟁력 있는 인물들을 전략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가에 따라 최종 선거 결과도 엇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제 1당을 내심 노리고 있는 민주당 역시 이들 한강벨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서울 남부와 북부 못지않은 당 내 공천 경쟁률이 좋은 예다. 강서갑에는 신기남 전 의원 등 모두 7명이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고, 서대문을, 용산에서도 각각 6명과 8명의 전직 의원, 그리고 유명 방송인이 공천 신청을 마쳤다. 또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을 향해 동작을 탈환에 나선 이계안 전 의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을 0.2%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