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점점 꿈을 잃어가는 시대, 아직은 앳된 얼굴의 조근영(21ㆍ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씨의 당찬 각오가 그래서 더욱 빛이 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청춘의 열정이 물씬 묻어나기 때문이다.
조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 파일럿’이다. 가상 비행 대회에 출전해 다수 입상하며 마니아 사이에서 이름을 날렸다. 최근 대한항공이 실시한 대회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제 그의 꿈은 사이버 세상을 넘어 한국 영공을 누비는 ‘진짜 조종사’가 되는 것이다. 꿈을 향한 그의 도전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조 씨는 중학교 시절 항공기를 가상 조종하는 ‘플라이트(flight) 시뮬레이션’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우연히 비행기를 조종하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게임을 하게 됐다. 그 뒤로 틈만 나면 게임을 하며 이 분야에 관심을 키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뮬레이션 게임도 실제 조종과 똑같이 구성돼 있다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까지 비행하려면 실제로 10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호회에 가입해 항법이나 항공 지식 등을 독학하고 실제 조종사에게 정보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대회에 참가해 3위를 기록한 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4위, 그리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중학교 시절에는 공군이 실시한 대회에, 그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주최한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격년으로 열리는 서울 에어쇼에 맞춰 민간 항공기 비행 시뮬레이션 대회인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대회’를 열고 있다. 현직 대한항공 기장, 부기장, 교관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참가자들의 항공기 이륙, 착륙, 급선회 등 다양한 조종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다.
이 대회에서 입상한 덕분에 조 씨는 최근 제주도 정석비행훈련원에서 실제 비행기를 탑승해 보고, 프랑스 현지에서 에어버스사를 견학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조 씨가 실제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한 힘이 됐다.
그는 “제주도에서 훈련기에 동승했을 때 눈앞에 노을이 붉게 물든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 씨는 대학 졸업 후 공군에 입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의무 복무기간이 길어 주변의 반대도 심하지만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공을 지키는 전투기 조종사로 꿈을 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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