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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뀐 교사 임용시험...수험생 “공포 그 자체”
뉴스종합| 2012-02-20 09:59
임용고시개선안 발표 1주일 노량진 학원가 가보니…

수험생들 “노량진 사교육 되레 늘어날 것”



“지금 분위기요? 한마디로 말해 공포 그 자체입니다.이젠 초등 임용고시에서 정확한 채점기준은 전혀 알 수 없게 됐어요. 되레 노량진 사교육만 들끓고 있죠. 벌써부터 논술 특강이 시작되고 있어요. ”

지난 19일 오후 7시께 서울 노량진동 L임용고시학원에서 만난 윤모(30ㆍ여)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초등교사 임용시험에서 낙방한 후 재수를 준비 중인 윤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초ㆍ중등교사 임용제도개선안을 보고 절망을 금치 못했다. 시험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용 시험에 관한 전반적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4일 ‘교사신규채용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해 초ㆍ중등 임용시험에서 객관식을 주관식으로 대체하고 초등교사 임용시험의 경우 교육학 과목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한국사능력검정인증(3급)을 임용시험 응시 필수 자격으로 규정한다. 초등은 올해부터 중등은 내년부터 개정안이 적용된다.

정부는 암기 위주의 교원임용시험을 개선해 인ㆍ적성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사례 중심 교육, 서술 위주 시험으로 교사를 채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수험생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윤씨는 “1차에서 객관식으로 치르던 교육학 과목이 사라지고, 교육과정도 서술형으로 바뀐다면 최소한 ‘선다형’이라는 범위 안에서 객관적인 채점기준이 있다고 여겨지는 시험 과목은 초등 임용시험에서 단 한개도 없는 셈”이라며 “1차 시험부터 내가 왜 이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면 과연 당락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제도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단연 사교육이다. 정부가 객관식을 폐지한 가장 큰 이유가 이른바 노량진 사교육을 바탕으로 한 암기 위주의 임용시험을 바꾸겠다는 의도지만 되레 학생들은 “학원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인교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솔(22)씨는 “넓은 공부범위와 적은 정보 때문에 학원을 가는 것인데 이렇게 자꾸 제도를 바꾸는 것이 더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에 대입 논술을 위한 사교육에 학생들이 모이는 것처럼 객관식이 폐지된다고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19일 저녁 노량진 일대 임용고시대비학원 곳곳에는 바뀐 제도에 따른 특강 개설을 알리는 안내문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T학원에는 “2012년부터 교육학(객관식)시험이 교직논술로 바뀝니다. 미리 알고 대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안내문이 게재돼 있었다. 인터넷 강의는 회당 1만원, 직강은 선착순 50명에 한해 무료라는 설명을 읽고 부리나케 등록을 하러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중등의 경우 초등에 비해 1년 여유가 있지만 불안감은 적지 않다. 서울 노량진동 G임용고시대비학원에서 만난 김모(29)씨는 “이번이 3수째다”며 “시험체제가 바뀌는 내년은 머릿 속에 없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공부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험생들은 전반적으로 체계화된 채점기준을 마련하고 혼란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시험 체제를 바꿔달라고 요구해왔다”면서 “그런데 되레 혼란을 가중시키는 이상한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초등임용시험 전문 L임용고시학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있는 것 같다”며 “오는 4월에 있을 모의고사 이후에 바뀐 체제에 대응하는 학생들 반응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롭게 바뀌는 시험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학원들도 분주하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윤현종ㆍ원호연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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