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시험
새 학년 새 출발을 앞둔 부모들에게
뉴스종합| 2012-02-21 11:20

뮤지컬 “캣츠”(CATS)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의 공통점은? 쉽게 생각해 보면 두 공연 모두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점, 그리고 런던 웨스트 엔드(West End) 뮤지컬 극장가의 티켓 값이 매우 비싸서 무대와 가급적 멀리 떨어진 구석자리에서 봐야 한다는 점 아닐까?


하지만 두 공연 모두 그보다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안무가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질리언 린(Gillian Lynne, 1926~)이 두 작품의 모든 안무를 구성하고 히트시켰다는 것.


전 세계 뮤지컬계의 미다스 손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열정과 안무가로서의 화려한 경력은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은 집중력 부족과 수업 태도 불량, 학업에 대한 열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장은 린을 학습장애를 겪는 문제아로 분류하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장애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로 전학 갈 것을 권유했다.


린의 어머니는 그녀와 함께 심리 상담가를 찾아가 전문적인 상담을 받았다. 조용히 린을 관찰하던 상담가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음악 볼륨을 키우고 린을 혼자 방에 두고 나갔다. 아이는 이내 몸을 들썩이더니 음악에 맞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집중력을 가지고 온 방을 나비처럼 가볍게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몰입의 순간이 찾아온 것.


린은 학습 장애아가 아니었다. 오히려 춤에 대한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이로 그 잠재성이 온 몸에 충만한 아이였다. 심리 상담가는 어머니에게 아이를 일반 학교에서 무용학교로 전학 가도록 권유했다. 만약 그 상담가의 한 마디 조언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전세계 뮤지컬계를 주름잡고 있는 질리언 린의 작품들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질리언 린의 일화는 오늘날 사각형 교실과 사각형 시험지에 갇힌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공부’ 의 의미와 그 첫 시작 단계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변화를 위한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점화시키는 순간을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라고 부른다.


공부의 티핑 포인트는 바로 아이와 함께 이 지점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몇 명의 엄마들만 아는 고급 진학 정보를 찾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것은 몇 명의 엄마들만 공유하는 S급 과외 선생님이 찾아주지 않는다. 대치동의 소수 정예 학원에서도 아이의 티핑 포인트는 발견되지 않는다. 자기주도 학습 열풍에 힘입어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공부법 매뉴얼도 결국 아이의 학습 동기의 뇌관에 불이 붙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우리는 자녀의 학습 동기 뇌관을 너무 쉽게 꺼버린다. OO과목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단정짓고 만다. 부모의 이런 자세가 아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성적을 받지 못해 쉽게 포기하는 사이 절망의 학습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공부의 시작은 결국 특정과목의 성적 향상 전략이나 비법 연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진로와 연계해 보려는 아이의 고민과 부모의 관심이 어울려서 시작된다. 영국 교육학자 켄 로빈슨(Sir Ken Robinson)은 2006년 전 세계 지식 나눔 모임인 테드(TED) 컨퍼런스에서 “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Schools Kill Creativity)”라는 주제로 학습 동기의 뇌관인 티핑 포인트 개념을 엘리먼트(Element), 즉 ‘타고난 소질과 개인의 열정이 만나는 지점’으로 주장했다.


켄 로빈슨은 『엘리먼트: 타고난 재능과 열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엘리먼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엘리먼트에 있을 때 자기 정체성과 존재 이유 그리고 행복의 본질을 경험한다. 그 상태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느끼고, 자기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엘리먼트: 타고난 재능과 열정이 만나는 지점,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승영조 옮김, 승산 펴냄, 2009, p. 42.)


자녀의 첫 시험과목 중 국, 영, 수 성적이 모두 90점을 넘기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부모가 관심 있게 바라볼 문제는 성적에 있는 게 아니라 엘리먼트, 또는 티핑 포인트가 되는 동기 뇌관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소중한 자녀가 다음 세기를 이끌어갈 “질리언 린” 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수 많은 21세기 한국의 “질리언 린”은 춤을 추지 못한 채 교실 담장에 갇혀있다. 당신의 자녀는 어떤가?



-SDA삼육외국어학원1544-3605 인재개발팀 김성곤 팀장 –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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