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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미군 제재·귀가 유도…밤거리 지키는‘ 수호신’ 든든
뉴스종합| 2012-02-22 11:12
야간 통행금지 무기한 연장조치가 내려진 지도 100여일이 지난 19일 오후 11시 주한미군 헌병대 소속 크로퍼(30) 하사와 쿠퍼(30) 병장은 이태원 지구대를 찾았다. 합동 순찰대를 구성한 한국 경찰들과 함께 순찰을 돌기 위해서다.

크로퍼 하사는 “미군에 대한 사법권은 있지만 여타 외국인에 대한 조사권이 없는 관계로 한국 경찰과 팀을 이뤄 같이 다닌다”며 “미군으로 의심되는 외국인을 발견할 경우 한국 경찰이 먼저 조회하고 우리에게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기찬(24)ㆍ김지홍(24) 상경 등과 합류한 합동 순찰팀은 곧이어 이태원 거리로 나섰다.

주말 저녁이라서 술집마다 외국인 손님들이 붐볐다. 20개가 넘는 가게를 정신없이 돌고나니 오전 1시가 됐다. 술집에 있는 미군들은 이들 순찰대의 권고에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미군 헌병들은 허리에 실탄 30발이 든 권총을 차고 있고 발포권도 있어 군인들이 무서워한다”고 강 상경은 설명했다.

경찰과 미군 합동순찰대가 자정이 넘은 시각에 이태원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야간 통행금지시간이 시작된 오전 1시15분. 의경들에게 다급한 무전이 왔다. 모 술집에서 외국인이 피투성이가 됐다는 내용이다. 합동 순찰팀은 급하게 술집으로 출동했다. 3층 술집의 입구에 얼굴이 피범벅이된 외국인이 있었다. 이태원 지구대로 옮겨 응급처치를 하고 신원조회를 하자 미군으로 밝혀졌다. 미군에서 응급차가 출동해 부대 내 병원으로 이송한 후 다시 순찰은 계속됐다.

오전 2시30분.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3명의 외국인이 포착됐다. 팀장의 지시로 신분을 확인했고 그 결과 3명 모두 미군으로 드러났다. 이 중 2명은 해당 상관과의 통화를 통해 허가 사실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1명은 무단으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기지 내 헌병들이 출동해 소지품을 압수하고 수갑을 채워 부대로 이송했다. “올 들어 통행금지 위반자가 나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크로퍼 하사가 애써 태연한 척했다.

오전 5시까지 계속된 순찰,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합동 순찰팀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No Problem”을 외쳤다. 매일같이 이태원 거리를 돌며 미군들의 주정을 막는 이들은 이태원 밤거리를 지키는 ‘수호신’들이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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