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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암 투병 끝에 받은 박사학위…결국 하늘에서
뉴스종합| 2012-02-25 08:45
2006년이었다. 6년 전에 앓았던 암이 재발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유방암이었다. 이화여대 일반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공부 중이던 김은영(41)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박사과정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암이 재발하면서 공부를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김씨는 학문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임상사회복지의 효과를 학문적으로 입증하고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학문에 대한 열의를 꺾지 않았다.

결국 박사과정을 시작한지 6년 만인 지난 2011년 12월. 김씨는 ‘문화적 역량 증진 프로그램 개발: 다문화가족과 일하는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논문의 최종심사를 통과했다.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문화 민감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효과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나 김씨는 27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논문 심사를 마친 10여일 후인 12월26일께 김씨는 결국 유방암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학문의 꿈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지만 결국 하늘에서 졸업장을 받게 됐다.

김씨의 논문을 지도한 양옥경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인은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 실천과 학문연구를 연결해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누구보다 열의를 갖고 있었다”며 “마지막까지 완성한 논문의 성과 뿐만 아니라 고인이 보여준 학업의 열정이 후배들에게 큰 귀감과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늘로 떠나며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했다. 김씨의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김씨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이화여대에 기증했다. 학교 측은 아파트를 처분해 어려운 형편에서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대학원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쓸 예정이다.

김씨의 부모는 “평소 딸은 자신의 재산을 꼭 사회에 환원해 달라고 말해왔다”며 “딸이 끝까지 열정을 갖고 연구했던 사회복지학 다문화가정 분야에서 대학원 후배들이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오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고 김씨를 비롯한 박사 111명, 석사 1110명, 학사 2405명 등 총 362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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