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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까지 깨고 함께 살았는데...사기꾼이 돼버린 어느 중년의 이야기
뉴스종합| 2012-02-25 08:47
지난 2008년, 외국계보험회사에다니는 A(45)씨는 서울 동작구의 대방동의 자신의 아파트 마트에서 B(43ㆍ여)씨를 우연히 만났다. 6년전에 동대문 시장의 한 악세사리 점에서, 고객과 보험회사 직원 사이로 만났지만,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몇일을 잠못자고 뒤척이게 했던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가 자신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니....’ 가정이 있던 A씨였지만 B씨만 보면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B씨를 만나는 횟수는 점점 늘어가고 결국 A씨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렸다. A씨는 가정을 깨고 B씨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거친 시장바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B씨는 수완이 좋았다. 재산은 점점 늘어갔고, 급기야는 성북동의 100평짜리 고급 주택에서 살게 됐다. A씨는 샐러리맨에 불과한 자신이 이같은 호사를 누리는 것은 다 B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경제적인 모든 권한은 B씨가 쥐고 있었다. A씨는 가정까지 깨고온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B씨가 사랑스러웠고 B씨를 위해서라면 무었이든지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인, 2011년 9월. B씨는 A씨에게 “내가 아는 사람의 아들을 대학 교수로 임용시키려고 하는데 2억이 필요해. 1억은 들어왔는데, 당신이 ‘내가 아는 사람이 그 대학 재단에서 많이 일한다’라는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A씨는 B씨의 말이니 내키지는 않았지만, 무슨일이든 해내는 B씨니 “그러겠노라” 승락했다.

사기였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12년 2월, A씨와 B씨는 경찰서로 나란히 불려왔다. 둘다 피의자 신분이었다. B씨가 꾸민 사기 행각에 A씨는 영문도 모른채 끌어들여졌고 결국은 사기 공범이 됐다.

서울 성북 경찰서는 서울 시내 유명 사립대학교의 교수로 임용시켜 주겠다며 속여 투자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B(구속)씨과 B씨의 동거남 A(불구속)씨를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10년전 자신이 동대문시장에서 엑세서리 가게를 할 때 알게된 C(62ㆍ여)씨에게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돈을 맡기면 원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속여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3억100만원을 투자비 명목으로 챙겼다.또 현재 대학강사로 있는 C씨의 아들을 서울 성북구 소재 유명 사립대학교의 교수로 일하게 하겠다고 속여 C씨가 아파트담보대출까지 받게 했다. C씨는 원금 상환이 안돼 빚까지 떠안게 되자 이들을 경찰에 신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경찰서에 붙잡혀온 그날 까지, B씨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B씨가 워낙 수완이 좋기 때문에진짜 C씨의 아들을 대학교수로 취업시켜주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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