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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룬 졸업…친구 없어 밥 같이 먹어줄 ‘알바’불러요
뉴스종합| 2012-02-27 09:34
지난해 졸업식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 업체별 평균 5-10건

취업 실패로 가족, 친구 졸업식 못불러…아르바이트로 대신

곽금주 “파편화된 인간관계 복원 대신 편하게 해결하려는 심리”


취업준비를 이유로 졸업을 미룬 탓에 졸업식을 축하해주러 올만한 친구가 없다. 또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을 해야하는 처지에 부모님과 친척에게 차마 졸업식에 참석해달라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남들 보는 눈이 있는지라 ‘나홀로 졸업식’은 면하고 싶다. 슬픈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는 ‘하객 고용’. 졸업식이 진행되는 약 2시간 동안 3-5만원을 지불하고 가족과 친구를 대신해줄 아르바이트생을 부르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족으로 왔지만 사실 가족도, 친구인 척 하지만 친구도 아닌 ‘졸업식 하객 대행 알바’까지 등장한 현실. 2012년 대학가 졸업식장의 어두운 단면이다.

헤럴드경제 취재팀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 중인 하객대행아르바이트 알선 업체 5곳을 취재한 결과 지난해 평균 5-10건 정도 졸업식 하객 아르바이트 관련 의뢰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행아르바이트 공급업체인 ‘하객프렌즈’ 관계자는 “지난 해에만 졸업식 하객 대행을 요청하는 의뢰가 10건 정도 들어왔다. 의뢰인 중에는 친구 뿐 아니라 부모, 형제 등 가족을 동원하려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인 ‘하객투데이’에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의뢰가 5건 정도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식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는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등의 여타 행사보다 비용이 높다. ‘하객 119’ 관계자는 “결혼식 대행 아르바이트 비용은 1인당 3만원 정도다. 하지만 졸업식 참석 대행은 이보다 1만여원 비싼 4-5만원 정도에 견적이 잡힌다. 연회장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결혼식과는 달리 밥 값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체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 게시판 등을 이용해 졸업식 참석 대행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경우도 왕왕 등장하고 있다.특히 대학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졸업식에 밥을 같이 먹어줄 친구’를 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모 여대에 재학 중인 한모(24)씨는 “일단 학교 게시판에 올리면 그 사람의 신분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니 믿음이 더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졸업을 앞두고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적극적으로 구하려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 25일 졸업을 해야했지만 취업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졸업을 유예한 이명진(가명ㆍ27ㆍ서울 A사립대 중문과)씨는 “같이 입학한 동기들은 이미 졸업을 했다. 학교 내에 아는 선후배도 거의 없고, 지방에서 일을 하시는 부모님도 평일인 졸업식에 참석하시기 어려울 것 같다. 8월에 졸업을 할 예정인데 친구, 부모님 역할을 대신해줄 아르바이트를 구해볼 생각이다. 업체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 때문에 동기들보다 졸업이 2년이나 늦어진 최현성(가명ㆍ28ㆍ서울 B사립대 경영학과)씨도 “그 누구도 쓸쓸한 졸업식을 원하지는 않는다. 아예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모를까 이왕 참석한다면 남들 보기에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 세대들의 관계망이 SNS등을 통해 이전보다 넓어진 것만은 확실하지만 진정한 친구 또는 가족관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그러면서도 남들의 시선이 중요하다 보니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힘들게 복원하고 행사참석을 부탁할 바엔 편하게 돈을 주고 겉모습을 치장하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 이라고 말했다.

박수진ㆍ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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