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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국제유가 급등에 전략비축유 방출 딜레마
뉴스종합| 2012-02-27 10:22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무섭게 치솟는 국제유가 탓에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ㆍSPR)’ 방출 카드를 꺼내들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치와 경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국제유가 급등→미국 내 기름값 상승’은 회복 국면에 접어든 미 경제에 치명타다. 또 서민 경제를 옥죄어 오바마의 대통령 재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SPR을 건드리는 건 사태를 잘못 진단한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오바마는 지난 주말 런던ICE 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의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5달러로, 9개월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점을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최근 6개월간 고품질 우라늄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는 국제연합(UN) 핵 감시단의 보고서를 확인한 뒤 오바마는 ‘오일쇼크’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 것.

이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들은 SPR 방출을 공동으로 해야 할지 세밀히 살펴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특정 상황에선 SPR 방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SPR 방출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전 발언과 다른 것이다.

미국이 가장 최근 SPR을 방출한 것은 지난해 여름으로, 리비아 사태로 인한 공급 부족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 조치로 원유 가격을 8%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미국의 SPR은 총 7억2700만배럴로 향후 40년간 쓸 수 있다.

오바마를 SPR 방출 딜레마에 빠지게 한 건 미국내 기름값 상승세가 가팔라서다. 지난 주 중반 만해도 1갤런(3.8ℓ)당 3.52달러였던 게 불과 이틀만에 3.68달러로 4%가량 올랐다.

한 전문가는 “이런 추세로 유가가 계속 뛰면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배럴당 147달러에 달했던 2008년의 상황이 반복되면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PR 방출이 근본 대책이 아니라며 회의적이다.

미국이 SPR을 방출한 사례는 지난해 리비아 사태로 인한 것 외에 ‘쿠웨이트 전쟁(1991년)’,‘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2005년)’ 등 3차례에 불과하다. 모두 전세계적인 원유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로 인한 현재의 원유 공급 부족은 서방의 이란 제재로 촉발된 국지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본다.

영국의 에너지 담당 관리는 “원유가격 급등은 외교정책에 기인한 것이지 수요공급의 기초체력(펀더멘털) 탓이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SPR방출은 잠재적으로 서방국과 석유수출기구(OPEC)간 관계를 경색시키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세계 1위의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늘려 수급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성명을 내고 “원유 수급 상황을 면밀히 감시한 결과, 아직까지 (IEA의 시장개입 등)특정한 조치를 취할 때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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