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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못한 8년전 사기사건의 앙금
뉴스종합| 2012-02-29 11:38
사기범에 투자 소개 악연
“묵은 감정 풀자”만났지만
결국 멱살잡이로 끝나…

지난 28일 오후 4시 신촌의 한 까페. A(58) 씨와 B(56) 씨가 만났다. A 씨는 8년 전인 2006년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러나 A 씨는 B 씨와의 앙금을 털기 위해 만났다.

2006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는 이렇다. A 씨는 200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수남(현재 구속상태) 사기사건의 피해자다.

이 사건은 사기꾼이었던 조 씨가 2006년 소유하지도 않은 아파트를 싸게 팔겠다는 수법으로 80여억원을 A 씨 등의 매매희망자로부터 가로챈 후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위조 여권을 소지한 채 캐나다로 도피한 것. 결국 조 씨는 캐나다에서 추방돼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A 씨는 조 씨에게 약 10억원을 떼였다. A 씨가 조 씨에게 10억원을 맡길 때, 그 장소에 바로 B 씨가 있었던 것. 이후 A 씨는 조 씨로부터 사기당한 것을 알고, B 씨와는 사이가 틀어졌다. 앙금은 무려 8년 동안 쌓여 왔다.

모 항공사 기장을 했던 A 씨는 전재산과 같던 10억원을 B 씨 때문에 조 씨에게 맡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28일 B 씨를 다시 만난 A 씨. A 씨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해묵은 감정을 풀려고 B 씨와 만났다. 하지만 8년 동안의 해묵은 감정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 다시 살아났다.

8년 전 조 씨 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A 씨는 물론 B 씨 역시 얼굴을 붉혔다.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급기야 A 씨는 B 씨에게 테이블에 있던 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멱살잡이를 했다. B 씨는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서에서 취재기자와 만난 A 씨는 “B가 내 딸 결혼식에 와서 난동을 부리겠다고 하고, 심지어 칼을 맞아봤냐며 협박성 말을 해 너무 화가 나 멱살을 잡고 물을 뿌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지난 8년 동안 A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A가 사기당한 것에 대해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A의 딸이 결혼한다고 해 딸 결혼 전에 안 좋은 감정을 풀려고 했지만 물을 뿌리고 멱살을 잡았다”고 말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9일 A 씨에 대해 폭행 혐의로 조사 중이다.

박병국ㆍ이지웅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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